정순석
한국교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충청매일] 냉장고 덕분에 인류는 식중독과 설사라는 오랜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식량과 저장과 확보가 가능해져 이는 산업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냉장고도 미래에는 사라지게 될 물건 중 하나가 된다. 드론이 무료로 정해진 시간에 완제품이나 먹거리를 아파트 베란다 앞까지 배달해 주고, 정확한 용량의 식재료를 3D프린터 카트리지에 넣어 언제든 프린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사는 부모가 미국에 사는 아들과 종일 함께 생활할 수 있다면 어떨까? 서로 다른 장소나 먼 거리가 무의미한 세상이 곧 도래한다. 증기기관차의 발명 이후 가속화에 대한 인간의 열망과 노력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리고 꿈같은 속도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5G 속도와 관련, 기존의 4G에 비해 약 200배 빠른 초당 800기가바이트를 전송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1천배 빨라지는 5G시대가 오면 이메일을 소멸하고 모바일로 문자나 영상 메시지를 보내거나 24시간 열려있는 스카이프, 카카오톡 등으로 대화할 것이다. 24시간 내내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미래에는 문자의 자리를 영상이 차지하고, 문자는 그저 영상을 보조하는 도구로만 쓰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교과서, 소설, 신문 등도 사라지게 된다.

과연 미래에는 인간은 음식을 먹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날로 커져 가고 있다. 특히 3D 프린트의 발달로 음식도 프린트해서 만들 수 있고, 심지어 알약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누구나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요즘 각광받는 직업인 요리사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알약 하나 혹은 유동식으로 하루치의 영양분을 모두 섭취할 수 있게 되면 음식물 쓰레기가 줄어서 환경오염이나 기후변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패턴 자체도 바뀌게 된다. 하루 세끼 식사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가 될 가능성도 크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세상이 좁아지고, 업무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지금도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식사시간이 아깝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근 식품의 패러더임은 어떻게 신체에 필요한 영양분을 잘 압축해서 전달하느냐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미국의 생물학자 크레이그 벤터는 합성 DNA 가닥을 박테리아에 이식시켜 박테리아가 합성 DNA의 복제 지시를 따르게 해 합성 게놈을 만들었다. 일부에서는 새로운 생명체의 행동과 상호작용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법규가 준비될 때까지 이러한 연구가 유예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변화들은 자연의 속성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또 관련 법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게 될까? 벤터는 컴퓨터 코드를 써서 인간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듯이, 유전 코드를 써서 문명을 증강시키는 생명체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이 새로운 생물학의 시대는 인간의 진보와 함께 환경 파괴를 동반했던 산업화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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