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정 청주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여자는 친해진 후에야 목욕탕을 함께 가고 남자는 친해지기위해 목욕탕을 간다고들 한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 모두가 서로의 친분을 분명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중에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확실한 대화의 창(窓 )이 밥상이라고 할 수 있다.

조상과 대화하는 창(窓)도 제삿상이다 보니 명절 때나 제사 때마다 귀향길 멀다 마다치 않고 가족에게 회귀하는 진풍경이 나타난다.
조상에게 제대로 된 밥상을 차리기 위함이다.

오랜만에 가족 모두 밥상에 두런두런 앉아 살아가는 얘기를 하다보면 평상시 느끼지 못했던 가족의 사랑을 새삼 느낄 수도 있다.

얼마전까지도 명절상을 차리기 위해 새벽부터 온 집안을 송두리째 진동케하는 지짐이와 찰진 하얀 쌀밥, 나물들의 대향연은 가족과 친인척을 한곳으로 묶어주는 메커니즘이 되기도 했었다.

명절김치를 새로 담그고 집안 대청소를 하고 찾아올 친척들의 이부자리까지 새로 시쳐야 하니 여자들의 노고야 말할 것도 없고 고생스럽기조차 했음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어색하고 야속하기만했던 시어머니의 속깊은 정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 가족과 수시로 부닥치면서 없던 정이 새로 생기기도 했었던 인간관계의 친밀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인스턴트 음식이 밥상을 점령해 버리고 제삿상도 인터넷으로 주문 제작하는 세상이 되버렸다.

그러니 함께 밥상을 준비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명절 땐 새벽에 도착해서 한두시간의 차례를 지내고 바로 각자의 길을 찾아나서니 가족과의

대화는 적어지고 형식적인 의무감에 경직된 모습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밥상에도 영혼이 있다. 숟가락 하나 놓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상대방을 생각하게 하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음식을 앞전에 놓아주는 사랑도 알게 된다.
밥상의 영혼이 너무 다이어트를 하는 듯 싶다. 너무 편리하고 간단하게 변했다.

여자 탓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성(性)을 구분하지 말고 조상을 모시고 가족과 밥상을 차리는데 모두가 함께 하는 인간의 영혼을 가져 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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