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옥 청주오송도서관 사서]매년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전국 수십 개 도시의 도서관에서 과학자들이 동시에 강연을 하는 과학자의 작은 도시 강연기부 행사 ‘10월의 하늘(October Sky)’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다.

지원금이나 예산 없이 오로지 재능과 시간 그리고 각자 가진 것들을 기부해 운영되는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KAIST 정재승 교수’가 있었다.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등을 펴낸 그는 과학의 영역을 대중문화와 예술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한 대중 과학자로도 유명하다.

정재승 교수가 10년간의 강연 중 가장 많은 호응을 받았던 12개의 강연을 선별하여 이야기하듯이 풀어낸 책 ‘열두 발자국’은 어렵게 느껴질 뇌 과학을 쉽게 풀어내어 단조로운 일상에 신선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더 나은 선택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청춘들과 이땅의 리더들에게 주는 뇌과학의 지혜와 통찰이 이 책에 가득하다.

‘열두 발자국’은 인간이라는 경이로운 미지의 숲을 탐구하면서 과학자들이 내디딘 열두 발자국의 흔적이라 해도 좋겠고, 뇌과학의 관점에서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지 탐구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글이라 해도 무방하다. 반지성주의를 경계하며 과학적 사고와 이성적 판단 및 논리적 추론의 세계로 이끌려고 하는 저자의 의도가 충만한 작품이었다.

이 책에서 그가 건넸던 화두는 선택, 결정장애, 결핍, 놀이, 혁명 등이다. 그중에 좋은 의사결정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간이 선택을 하는 과정을 이해해보는 첫 번째 글이 눈길을 끌었다. 계획만 세우기보다 ‘실행을 통해 배우기’가 얼마나 유익한지 깨닫게 한다.

또한 저자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의사결정을 한 후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조정하는 방식을 익히라고 조언한다.

다들 좋은 의사결정과 선택을 통해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결정을 못 내리는 결정장애를 가진 이들과 내 인생의 리셋 버튼이 있다면 언제든 누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전략을 말한다. 내가 만약 오늘 죽는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 선택지는 많지 않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고민할 때 우리가 오늘 죽을 수도 있다면 결정은 빠를 수 밖에 없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 어떤 것이 옳은가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메멘토 모리’가 의사 결정의 무게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도 좋은 전력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인간이란 무엇이고 결국 나는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하는 시간을 갖었다. 우리보다 현명하고 성숙한 마음을 지닌 새로운 책과의 사귐은 인생의 중대한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저자가 이끄는 발자국을 따라 뇌 탐험의 근사한 여행을 떠나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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