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충청매일] 선거법 개정은 불문율처럼 지금까지 ‘합의’로 처리돼 왔습니다. 지금의 여당이 야당인 시절에도, 야당이 여당인 시절에도 말입니다. 그러한 이유에 대해서 정해진 것은 아니나, 선거법은 선거와 관련한 ‘게임의 룰’이고, 그 룰을 단순히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바꾼다면, 자칫 특정세력의 장기 집권의 토대로 악용될 수 있는 것을 우려한 것입니다. 즉 다양한 정치세력이 조금씩 양보해 그래도 수긍할 만한 합의로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개정해 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을 벗어나 ‘패스트트랙’으로 선거법을 개정하려는 시도는 큰 문제입니다. 솔직히 그 핵심은 ‘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것인데,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하나 어렴풋하게 일부 군소정당에 유리한 국회의원 선출방식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내 투표가 도대체 누구를 국회의원으로 만드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단순히 ‘좋은 것’이라 포장돼 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 정당성의 확보를 위해서 소위 인기법안 즉 여론이 좋은 검경수사권조정 및 공수처설치법안에 태워서 개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인기있는 법률에 묻어가는 선거법이니 구체적으로 어떻게 국회의원을 뽑는지는 국민이 몰라도 되고, 그냥 이래나 저래나 좋은 법률이라고 하고 싶은가 봅니다.

사실 패스트트랙은 절차적인 부분으로써 그 절차 내에서 모든 정당이 합의를 하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패스트트랙을 통해서 어느 특정 정당을 제외하고, 패스트트랙의 기한이 경과함을 이유로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을 하게 되고, 그에 따른 의결로 선거법을 개정하려는 실질로 악용하는 것은 그간의 ‘합의’에 의한 선거법의 개정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인바 큰 문제입니다. 이것은 진보냐 보수냐, 정치적인 색이 무엇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서, 집권세력은 계속해 바뀌어 왔고 의회의 다수당도 계속 변경돼 왔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 어느 누구도, 단순히 집권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수결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의제의 룰인 선거법을 일방적으로 개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국민들이 대의민주주의 아래에서 자신의 투표권의 행사를 통한 참여의 본질만큼은 다수에 의해서 눌러질 수 없으며 소수의 의견까지도 모두 존중될 수 있어야 한다는 크나큰 결단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매우 가볍게도, 이 원칙을 어긴다는 것은 역사에 있어서 크나큰 오점으로 남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토록 중차대한 일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독립적으로 심사되지 못하고 일부 법률과 소위 묻어서 진행되고 있는지 큰 의문입니다. 선거법의 개정은 국민으로 하여금 자신의 투표를 통해서 국회의원을 뽑게 하는 즉 입법부의 형성의 근본의 원리입니다. 그 근본의 원리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여당이 원하는 개혁법률을 일부 군소정당이 받고, 대신 군소정당이 원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지원하는 형태로 일종의 거래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큰 의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잘 아십니까? 모 국회의원이 얘기하는 것처럼, 복잡한 산식에 대해서는 국민여러분들이 알 필요 없는 정말 좋은 연동형비례대표제인 것인가요? 적어도 선거법의 개정만큼은 과연 나의 표가 누구를 뽑게 되는 것인지 명확히 안 상태에서, 가능한 절대 다수가 동의하는 방식에 의한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며, 현 선거법개정의 태도에 큰 우려가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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