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충청매일] 농막 언덕 위의 나무 그루터기에 딱따구리가 열심히 구멍을 파고 있다. 쉼 없이 파들어 가더니 어느새 몸통이 다 들어가도록 깊숙이 팠다. 애완견 꿍이가 낯선 침입자로 간주하고 짖어댄다. 꿍이에게 피해를 준적이 없을 텐데 원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날카롭게 짖어댄다. 우린 그 광경을 지켜보며 과연 이들은 서로 어떤 관계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꿍이가 우리와 함께 살게 된지 벌써 2년이 지났다.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는데 막내딸로 인해 인연이 되어 함께하게 되었다. 시끄럽게 짖어대고 털이 빠져 애완견 사육을 싫어했었는데 어쩔 수 없이 한 식구가 되었다.

미움이 시간이 지나며 정으로 바뀌고 이제는 건강을 걱정해주는 관계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붙었다.

더위에 지친 몸을 매미울음 소리로 풀어주고, 흘린 땀을 시원한 지하수로 닦아준다. 밭 곡식들은 새벽 이슬과 간간이 떨어지는 빗물로 자란다. 잘 내리던 비도 정작 필요할 땐 내리지 않아 속을 태운다. 그로인해 밭작물은 타들어가고 지하수 없이는 도저히 농사일이 어렵게 되었다. 너도나도 많은 돈을 들여 지하수를 개발하고 지하수 덕에 타들어가는 작물은 없어졌다. 농사와 물은 때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벌 나비가 꽃을 찾아 날아와 꿀을 가져가는 대신 수정을 도와준다. 꿀을  가져가려고 날아왔지만 그 덕분에 과일나무와 작물은 열매를 맺는다. 서로 관계없는 꽃과 벌 나비지만 서로 필요로 하는 관계임이 틀림없다. 부르지 않아도 찾아들어 상호간의 이익을 추구한다.

자연은 우주와 어떤 관계일까. 서로 상호작용으로 상생하는 관계일까. 자연은 우주의 기를 받아 유지하고 관리하는 관계일 것이다. 주고받는 관계가 아닌 일방적으로 받기만하는 관계일지 모른다.

자연의 기를 머금은 빽빽한 나무 울타리는 바람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해 준다. 뜨거운 햇볕도 막아주고, 내리쏟는 폭우도 막아준다. 그들은 어떤 관계이기에 도움을 주고 보호해주는 것일까.

자연은 서로 돕고 살아가는데. 인간은 서로 시기하고 다투며 살아간다. 욕심 때문이다.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그들의 관계도 감싸주고 보호해주는 사이로 발전하겠다.

우리는 항상 사람, 동물, 사물과 관계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 허투루 할 수 없는 관계다. 서로 맺었다 끊었다를 반복하지만 결국엔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물에 빠져 죽을 뻔했어도 물을 먹고 있고, 뜨거운 불에 화상을 입고도 삼겹살을 구워먹고 있다. 벌에 쏘여 고통을 겪고도 꿀을 먹고 봉침을 맞아 통증 치료를 받는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생활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의 유대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좋은 소리만 하고, 흉보지 않고, 상대를 칭찬하며 살고 있다. 내 가족과의 관계도 철저히 관리하며 살고 있다. 나무 그루터기에 둥지를 틀기위해 작업하는 딱따구리에게 영역을 침범했다고 짖어대는 꿍이 같은 독선은 버리고 살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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