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607년 춘추시대, 진(晉)나라 영공(靈公)은 사치가 심하고 심성이 포악한 자였다. 하루는 영공이 신하들에게 명하여 9층 누각을 짓도록 하였다. 당시에 높은 누각을 짓는 일은 엄청난 비용이 들었고, 무엇보다 많은 백성들을 강제로 동원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에 신하들은 누각을 짓는 일이 나라와 백성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에 영공에게 반대 의견을 표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영공이 이를 미리 알고 신하들을 모두 불러 놓고 엄하게 말하였다.

“내가 9층 누각을 지으라고 했으면 그대들은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 함부로 입을 놀려 이번 공사에 대하여 반대하는 자는 즉시 잡아다 그 목을 벨 것이다!”

영공의 이 엄한 포고령에 신하들은 그만 겁을 먹고 아무도 반대 의견을 말하는 이가 없었다. 공사가 시작되자 백성들이 강제 노역에 동원되었다. 그러자 집집마다 백성들의 원망이 들끓었다. 조정 대신 중에 나이가 많은 순식(荀息)이라는 신하가 우연히 도성 밖을 나갔다가 백성들의 원망을 듣게 되었다. 나라가 위급하다는 느낌이 들어 급히 돌아와 영공을 뵙기를 청하였다. 그런데 영공은 평소 바른 말을 잘하는 순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영공은 좌우 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순식이 누각 공사를 반대한다면 당장에 그의 목을 베고야 말 것이다.”

영공이 노기를 띠고 장검을 손에 들고는 순식을 불렀다. 그러자 순식이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영공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자신이 찾아온 까닭을 말하였다. “제가 뵙고자 한 것은 간언을 올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성 밖에서 배운 재주 하나가 있는데 이를 보여드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 바둑돌 12개를 먼저 쌓고 그 위에 계란 9개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재주라는 말에 영공은 긴장을 풀고 지켜보았다. 순식이 정신을 집중하여 바둑돌 위에 계란을 올려놓기 시작했다. 좌우 신하들이 이를 지켜보았고 영공 또한 긴장하며 어어, 위험해, 위험해 하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순식이 무사히 계란을 올려놓고는 영공에게 아뢰었다.

“지금 나라 안에는 이보다 더 위험한 일이 있습니다. 9층 누각은 짓는 일에 나라 안의 모든 사내들이 동원되어 집집마다 농사를 짓지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의 곳간이 텅텅 비게 될 것이고, 군사들은 먹을 것이 없으니 이웃나라에서 쳐들어온다면 나라가 망할 것이 분명합니다. 하오니 군주께서는 누각 공사를 당장에 그만둬야 할 것입니다.”

순식의 안타깝고 솔직한 직언에 포악한 영공이 그만 설득되고 말았다.

“음, 내가 그것까지는 몰랐도다. 당장에 누각 공사를 멈추도록 하라!”

이는 한(漢)나라 때 유향이 편찬한 책 ‘설원(說苑)’에 있는 이야기이다. 만우난회(萬牛難回)란 소 만 마리가 끌어도 돌려 세울 수 없다는 뜻이다. 즉 남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고집 센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직설적으로 말해서는 아무리 좋은 말이라 해도 상대를 설득하기 어렵다. 상대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멀리서부터 우회하여 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머리에 지혜가 담겨져 있어야 한다. 바로 틈틈이 책을 읽는 것이 지혜의 원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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