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옛날 제(齊)나라에 출세를 꿈꾸는 한 선비가 있었다. 벼슬을 얻기 위해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서 항상 밤늦게야 돌아왔다. 선비는 돌아와서 아내에게 자신의 배를 둥둥 두드리며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오늘은 재상 어른 댁에서 술과 고기를 잔뜩 먹고 왔소. 배가 이렇게 나온 걸 보시오. 재상께서 나를 총애하는 걸 보니 조만간에 벼슬을 한 자리 얻을 것 같소.”

이에 아내가 물었다.

“그러면 그 재상 댁에는 누구랑 같이 가서 저녁을 드신 겁니까?”

 선비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누군 누구겠소. 내가 이전에 말한 인근의 귀족들이고 부자들이지. 당신은 내가 그들과 얼마나 친한지 아직도 모르겠소? 자, 오늘은 피곤하니 어서 잡시다.”

선비가 잠들자 아내는 어머니 방으로 건너가서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어머니! 오늘도 남편이 집에 돌아와서는 높은 사람에게 술과 고기를 잔뜩 얻어먹고 왔다고 합니다. 친구들은 모두 귀족이고 부자라고 하고, 높은 사람은 남편을 총애하여 멀지 않아 벼슬을 얻을 것만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편은 지금까지 친구 한 명을 집에 데려온 적이 없는데 이 말을 어찌 믿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내일은 제가 몰래 남편의 뒤를 밟아볼 생각입니다. 과연 어느 집을 다니는 건지,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 건지 알아보겠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 남편이 의관을 갖추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이때 아내가 슬며시 남편의 뒤를 쫓았다. 남편은 높은 벼슬아치들이 사는 동네를 지나는데, 들어서려는 집집마다 문전 박대를 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도 남편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고, 남편 또한 누구하고 인사 한 번 나누지 않았다. 남편은 이내 발길을 돌려 한참을 걸었다. 이어 다다른 곳은 동문 밖에 있는 공동묘지였다.

그때 아내는 남편의 행동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은 묘소에서 제사 지내는 사람들에게 가서 남은 음식과 술을 얻어먹고, 음식이 부족하다 싶으면 다른 묘소에 가서 걸식을 하는 것이었다. 아내는 비로소 남편이 매일 배불리 먹고 집에 오는 이유를 알았다. 집에 돌아와 자신이 본 그대로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 지금까지 제가 믿고 따랐던 남편은 공부를 많이 하고 능력도 대단한 사란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고작 하는 일이 공동묘지에서 술과 음식을 걸식하는 사람인 줄은 차마 몰랐습니다.”

하고는 어머니를 부둥켜 앉고 서럽게 울었다. 잠시 후 남편이 집에 돌아와 어제처럼 거드름을 피우며 아내에게 말했다.

“오늘도 재상 어른 댁에서 술과 고기를 잔뜩 먹고 왔소. 피곤하니 어서 잡시다.”

이는 ‘맹자(孟子)’에 있는 이야기이다.

부귀공명(富貴功名)이란 재산이 많고 벼슬이 높고 공을 세워 세상에 이름을 떨친다는 듯이다. 남편이 출세하기 위해 밖에서 하는 행동을 아내들이 본다면 차마 부끄러워 슬퍼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부귀는 비굴한 것을 참아야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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