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충청매일] 뿌옇던 하늘이 모처럼 청명하다. 따스한 햇살을 등에 걸머지고 들로 나섰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흔들린다. 산과 들 언제고 나서고 싶으면 갈 수 있다. 하지만 손에 잡힐 듯 가까운 하늘은 갈 수가 없다. 머리 위에 이고 있기 때문일까.

밤이 찾아든다. 잠자리에 들어 침대에 누우면 나만의 하늘이 있다. 달, 별은 없지만 나만의 상상 속 하늘이 드넓게 펼쳐진다. 낮에 바둑을 즐겼으면 하늘엔 온통 바둑알로  가득하다. 검은 돌, 하얀 돌 질서정연하게 놓인다. 낮에 다슬기를 신나게 잡아온 날엔 온통 굵고 길쭉한 다슬기로 하늘을 메운다.

그리운 사람도 나타난다. 가고 없는 임이 나타나 대화 없는 만남이 이뤄진다. 작은방 하늘에 국한되어  만남을 갖는 동안, 밤하늘엔 무수한 변화가 일었다. 별과 달이 평화롭게 노니는데 어디선가 먹구름이 몰려와 새까맣게 뒤덮는다. 성난 하늘엔 천둥이 요란하고 번개가 번쩍인다. 노하셨나 보다. 억수같은 비가 쏟아진다. 산과 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당하고만 있다. 이것이 우리들 살아가는 모습인가 보다.

무섭던 시간이 흐르고 새벽이 다가오면 평화로운 고요가 찾아온다. 나뭇잎에 맺혔던 빗방울이 굴러 떨어지며 정적을 깬다. 늦잠 즐기던 새와 꽃을 깨운다. 졸졸졸 조용한 아침을 흐른다. 바람 타고 흐르는 물소리 새소리가 노렛가락 되어 들려온다.

천정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것이다. 내면에 무수한 깊은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보고 싶고 생각하며 이루고 싶은 모든 소망들을 이룰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줄 것이다. 곧 천정은 우리들의 작은 하늘을 대신한다. 그래서 하늘에 고하듯 잠자리에 들어 천정을 보며 원하고 또 빌 것이다. 오늘 이루지 못한 것들은 내일 이룰 수 있게 해주고 밝은 내일을 맞이하도록 해달라고 빌며 잠들 것이다.

매일 매일이 같은 색 같은 모양으로 변화가 없지만 눈을 감고 마음으로 바라보면 갖가지 형상들이 나타난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하늘같은 천정이다. 평소 모든 이들의 관심 밖에 있는 천정이지만 잠들기 전 누구나 대면하게 되는 천정이다. 그 속에 내가 있고 나를  바라보는 거울 같은 존재다.

극장의 대형 스크린처럼 화려하게 비추지는 않지만 하루를 아니 내일을 보여준다. 소리 없이 영상만 나타난다. 자막도 없다. 지루하다. 하품을 하다 결국 꿈나라로 직행하고 만다. 영화는 꿈속에서 이어진다. 천정 속 세계가 꿈나라일까. 꿈속에선 말도 되지 않는 일들이 나타난다. 현실에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갖가지 일들이 펼쳐진다. 그것들이 결국 하늘이 전해주는 이야기들이 아닐까.;

천정은 필경 하늘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모든 것들을 표현해 주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밤 천정 속 깊은 곳까지 찾아가 보려 한다. 나의 생각과 무엇이 다르고 일치하는지. 얼마나 높고 깊은지 갈대까지 가 보아야겠다.

가끔 나는 천정이 되어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방안의 모습이 어떨지를 생각해본다. 그것이 곧 하늘에서 누군가가 내려다보는 것과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하늘은 천정에 있다. 우리의 하늘은 천정이란 생각을 살며시 해본다.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내 마음이 곧 하늘 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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