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노자(老子)는 초(楚)나라 고현 사람이다. 젊은 시절에는 주(周)나라의 문서와 도서 기록을 보관하는 장서실의 사관(史官)으로 일한 적이 있었다. 하루는 인의(仁義)를 주장하는 공자(孔子)가 찾아와 노자에게 물었다.

“노자 선생께서는 혹시 예(禮)에 관해서 들어보셨습니까?”

그러자 노자가 대답하였다.

“공자 그대는 재주가 참 좋소. 이 나라 저 나라 다니면서 인의와 예를 부르짖어 명성을 얻어 유명해졌으니 말이오. 그런데 그대가 떠들고 다니는 그 성현들이란 것이 말이오, 알고 보면 이미 육신과 뼈는 모두 썩었고 단지 말만 몇 마디 남아 있을 뿐이오. 그대가 잠시도 입을 쉬지 못하는 것이 행여나 높은 자리 하나 얻어 볼까 하는 심산이 아니겠소? 군자도 때를 만나야 관직에 나아가지, 때를 못 만나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들개만도 못한 법이오. 뛰어난 장사꾼은 물건을 깊이 숨겨두어 겉으로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이 보이고, 군자는 훌륭한 덕을 간직하고 있어 외모는 어리석게 보이는 것이 아니겠소. 그러니 그대는 이제 그만 그 교만과 탐욕, 허세와 욕망을 버리도록 하시오. 그러한 것들은 그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소. 나는 예는 모르겠고 단지 내가 그대에게 할 말은 이것뿐이오. 부디 욕심내지 말고 조용히 여생을 살도록 하시오.”

공자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돌아가고 말았다. 얼마 후 공자가 노나라로 돌아와서 제자들에게 노자에 대해 말했다.

“새는 날아다니기 잘하고, 물고기는 헤엄을 잘 치며, 들짐승은 달리기를 잘한다. 달리는 들짐승은 그물로 잡을 수 있고, 헤엄치는 물고기는 낚시로 낚을 수 있고, 날아가는 새는 화살로 잡을 수가 있다. 그러나 용은 어떻게 구름과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건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전에 내가 노자를 만나보니 그는 마치 용과 같은 사람이었다.”

노자는 주나라가 쇠락해지자 그곳을 떠났다. 그가 성문을 나서는 함곡관(函谷關)에 이르자 성을 지키는 책임자인 윤희(尹喜)라는 자가 노자에게 말했다.

“선생께서 이제 떠나신다고 하니, 언제 또 뵐 수가 있겠습니다. 송구한 부탁이지만 저를 위해 몇 자의 글을 써주고 가십시오. 간청 드립니다!”

그러자 노자가 도덕경(道德經) 상, 하편 5천여 자를 적어 주고 떠났다. 그 뒤로 노자가 어떻게 여생을 보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일설에 의하면 노자는 백세가 넘도록 살았다고 한다. 이는 도를 닦아 양생의 비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에서 노자의 학문을 배우는 사람들은 유가를 배척했고, 유가를 배우는 이들 역시 노자의 학문을 배척했다. 이는 도가 같지 않으면 서로 도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열전(史記列傳)’에 있는 고사이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이란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태도를 말한다. 자연을 거스르는 자들은 대부분 도적놈들이다. 도적놈의 인생은 결국 비참해진다는 것이다. 자연에 순응하는 자는 그 마음이 맑고 그 처신이 바르다. 그러니 인생이 항상 기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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