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청매일] ‘한국의 활쏘기’(1999)는 지난 5천년을 흘러온 우리의 활쏘기를 있는 그대로 조명하여 정리했고, ‘활쏘기의 나침반’(2010)은 우리 활이 어떤 방향으로 조명을 받아야 하며 어떻게 접근해야 우리 활의 진면목이 드러날 것인가를 정리한 책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한 가지 해야 할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가 그렇다면 우리 활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에 대한 답은 『활쏘기의 나침반』에서 어느 정도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활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한 저의 견해이고 지금까지 선배들이 내놓지 않은 의견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견해가 정리되고 책으로 나오기까지 활터는 엄청난 속도로 변화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생긴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서 저는 꾸준히 글을 발표해왔습니다. 세미나나 학술대회의 현장에서 발표한 것도 있고, 온깍지궁사회 카페에 올린 글들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정리한 책이 나왔습니다. 그것이 ‘활쏘기의 어제와 오늘’(2017)입니다. 제목처럼 오늘날 우리의 전통 활쏘기가 어떤 상황에 처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옛 활을 제대로 잇고 새롭게 도약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정리한 책입니다.

이 책의 결론은 간단합니다. 우리 활이 전통의 모습을 제대로 보존하고 제대로 된 미래를 향해 나아가라면 그 동안 왜곡된 사이비 전통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책이 ‘조선의 궁술’이라는 것입니다. 앞서 사이비라는 말을 했는데,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조선의 궁술’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활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 마디로 ‘조선의 궁술’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한국의 활쏘기는 중국의 내가권 무술과 똑같은 원리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도 우리 활을 그런 방향에서 조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하자면 동양의학의 경락론을 비롯하여 양생이론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제 주변에는 이런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활쏘기 활동을 내내 같이 해온 ‘온깍지궁사회’ 회원들입니다. 그래서 이들과 비공개 카페에서 끊임없이 논의하고 토론하며 우리 활의 비밀을 밝혀나갔습니다. 충분치는 않지만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주장할 정도가 되어 나온 책이 ‘활쏘기 왜 하는가’입니다.

이 책은 동양의학의 경락론을 통해 우리 활의 비밀을 밝힌 첫 번째 시도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우리 활은 다른 활과 달리 인류가 도달한 최고 정점의 세계를 보여주는 스포츠입니다. 운동 역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중국의 내가권 무술들(태극권, 팔괘장, 형의권)은 300년 전부터 그런 영역의 논리를 활용하여 무술의 비밀을 풀어내는 방법으로 써왔습니다. 따라서 우리 활도 양생의 끝점에 이른 내가권 무술로, 경락이론이 아니고는 풀기 어렵다는 결론이어서, 결국 경락이론으로 우리 활의 비밀을 파헤치는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이 책은 주역의 관념을 통해 우리 옛 그림에 나타나는 과녁의 괘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밝혔습니다.

예컨대 조선시대 그림에 보면 과녁 위에 리괘(?)가 그려졌습니다. 이것을 두고 수많은 억측이 일었지만, 음양오행의 관념으로 볼 때 남쪽인 리괘가 위쪽에 그려지기 때문에 위를 나타내기 위해서 그려넣은 것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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