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충청매일] 희미하게 불빛이 움직인다.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을 거쳐 병실로 옮겨진 지 며칠이 지나고서다. 그리고 다시 깜깜하다. 눈에 덮개가 씌워졌다. 답답하다. 언제쯤 밝은 세상을 볼 수 있을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모든 사물이 눈 안에 들어올 날만을 기다리며 답답함을 이겨내고 있다.

암흑 속에서 눈을 뜨게 만드는 것은 빛이다. 수정체가 빛을 받아 물체의 크기와 모양을 뇌에 전달한다. 그 중요한 수정체를 제거했기 때문에 물체의 크기와 형체를 정확하게 식별하지 못한다. 그래서 수정체를 대신하는 안경을 사용하게 되었다.

우리 몸에서 가장 윗부분에 위치하고 세상을 바라보며 행동을 통제하는 눈이다. 위험을 감지하여 몸을 보호해주고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 한다. 만약 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상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데 얼마나 힘들고 곤경에 처할까를 생각해본다. 아름다움을 보고 가슴 뭉클한 설렘을 느끼고 살아야 하는데 이를 잃고 산다면 고통만이 다가설 것이다.

눈이 아름다운 사람은 마음도 아름답다. 미의 기준이 키가 아니고 눈이라 생각한다. 아름다운 사람은 눈이 아름답다. 심산계곡을 흐르는 물처럼 맑고 깨끗한 눈을 보면 저절로 빨려든다. 깊은 산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고 청량한 공기처럼 해맑은 눈을 보면 누구든 사랑을 느낀다. 거기서 풍겨 나오는 산뜻함이 세상을 밝게 만든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내는 심안이 있다. 물체를 바라보고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고 용도와 특성까지 읽어낸다. 눈과 눈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읽어낸다. 경험과 지식정보를 투과하여 인식하게 한다.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 것에 접목시키기도 한다.

음식의 맛을 처음 보는 것이 눈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 좋다고 먼저 눈이 먹어보고 맛을 결정짓는다. 음식의 모양과 정돈상태 색깔 등을 통해 맛을 정확하게 읽어낸다. 눈으로 먹고 맛을 감지하고 만족감을 얻기 때문이다.

눈으로 대화를 한다. 화난 눈, 슬픈 눈, 기쁜 눈, 말 못하는 아기의 배고픈 눈, 사랑하는 눈, 질투하는 눈. 눈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읽고 대화를 한다. 슬픈 눈을 하고 있으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기뻐 웃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부릅뜬 눈을 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든 피하게 된다. 위협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연인 간의 사랑은 눈으로 살포시 말한다. 아무도 알지 못하게 다정다감하게 속삭인다.

맑고 사랑스런 눈으로 세상을 대하면 주변이 아름답고 환하게 밝아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눈을 비빈다. 혜안으로 시작되는 하루를 열기 위해서다. 갓 태어난 아기가 처음 눈을 뜨고 바라본 엄마의 아름다움을 각인하듯 아침에 눈을 뜨고 처음으로 아름다운 것을 본다면 하루 동안 좋은 일들만 펼쳐질 것이다.

이와 같이 눈은 소통의 창이다. 텃밭의 채소들도 주인의 눈빛으로 자란다. 자주 보아주고 밝은 미소로 대해주면 쑥쑥 자라고 맛과 색깔이 좋아진다. 친구나 이웃과의 관계도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눈빛으로 대하면 다툼 없는 아름다운 관계로 진화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