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형 FA보다 신인 육성 가닥…베테랑 위상 약화
정근우, 수비 포지션 변경 등 변화 수용…타순은 중용
이용규, 포지션·타순 변경에 트레이드 요청…육성군행

 

[충청매일 제휴/노컷뉴스] 2013년 11월 27일 한화는 성대한 행사를 열었다. 자사 계열의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당시 김응용 감독을 비롯해 정승진 대표이사, 노재덕 단장 등 구단 수뇌부와 주장 고동진을 비롯해 김태균, 최진행 등 주축 선수들까지 모였다.

바로 FA(자유계약선수) 정근우(37)와 이용규(34)의 입단식이었다. 각각 SK, KIA에서 FA로 풀린 이들은 4년 총액 70억원과 67억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대표와 단장이 이들에게 유니폼을 직접 입혔고, 김응용 감독과 선수들이 꽃다발을 전하는 등 극진히 대접했다.

5시즌이 2019년 3월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극진한 대접을 받았던 둘의 입지는 적잖게 좁아졌다. 이들을 시작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대형 FA들을 줄줄이 사들였던 한화는 지난해부터 기조를 바꿔 신인급 선수들을 육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자연스럽게 베테랑들의 위상도 예전보다 달라졌다. 세대 교체와 변화의 바람에 붙박이는 없어졌다. 2016년 KBO 최초 1군 연봉 3억원을 넘겼던 한화는 차츰 몸집을 줄여갔다.

일단 정근우부터 그랬다. 2017시즌 뒤 FA 자격을 재취득한 정근우는 한화에 잔류했지만 계약이 순탄치 않았다. 계약 기간 2+1년에 총액 35억원(계약금 8억원, 연봉 7억원, 옵션 2억원 포함)의 조건이었다. 

그런 정근우는 지난해 포지션까지 변경됐다. 그동안 정상급 2루수로 활약했던 정근우는 외야수로 깜짝 변신하기도 했고, 작은 체구에도 1루수를 맡기도 했다. 차세대 2루수 정은원의 육성 기조에 따른 변화였다. 정근우는 올해 중견수로 뛸 전망이다.

정근우는 변화를 받아들인 것이다. 한때 한국 야구의 핵심으로 군림했던 정근우였지만 자존심을 버리고 내외야수에 1루수까지 글러브를 여러 개 갖고 다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정근우는 당시 상황에 “살기 위해서”라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적잖은 마음고생 끝에 내린 결기가 드러났다.

이용규도 변화의 바람을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 시즌 뒤 FA 자격을 다시 행사했으나 5시즌 전과는 규모가 많이 줄었다. 2+1년 총액 26억원에 사인했는데 계약금 2억원, 연봉과 옵션 4억원씩이었다.

한용덕 감독은 이용규에게 올 시즌 9번 타순을 맡긴다고 밝혔다. 포지션도 중견수에서 좌익수로 옮겼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였다. 세대 교체와 리그의 변화 등을 고려한 판단이었을 터.

결국 이용규는 지난 15일 SK와 시범 경기를 마친 뒤 한 감독에게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시즌 개막을 불과 일주일 남긴 상황에서 나온 주전 외야수의 이탈 요구에 한화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패를 깐 상황에서 다른 구단과 이적 협상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 이상 한화와 이용규는 올 시즌 함께 가기는 어렵다. 한화는 이용규에게 육성군행을 통보한 상황이다. 

2013시즌 뒤 성대한 입단식으로 함께 한화 유니폼을 입었던 정근우와 이용규의 운명은 5시즌이 지나 극명하게 갈리게 됐다. 한 쪽은 달라진 환경을 받아들이고 변신을 시도했지만 다른 한 명은 변화를 인정하지 못한 끝에 다른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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