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2천년. 이 무렵 요(堯)임금이 제위에 올라 천하를 다스리니 세상은 즐겁고 평화로운 시절이었다. 백성들은 그를 해처럼 따랐고 구름처럼 바라보았다. 요임금은 부귀하면서도 교만하지 않았고 권위를 가졌음에도 백성들을 존중하며 대하였다.

태평시절이 반세기를 넘어가자 골치 아픈 일이 하나 생겼다. 여름이면 홍수로 인해 황하의 물이 흘러넘쳐 백성들이 애써 지은 농사가 망치는 일이 많았다. 요임금은 황하를 다스릴 적임자로 곤(鯤)을 등용했다. 곤은 9년 동안 여러 방면으로 홍수를 막고자 했으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었다. 요임금은 이로 인해 큰 근심에 쌓이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아들인 단주가 행동이 어리석고 너무도 철이 없어 도무지 임금의 자리를 물려줄 수가 없었다. 이에 요임금이 신하들에게 천하를 다스릴 인재를 찾도록 하였다. 그러자 신하 방제가 맨 먼저 나서서 아뢰었다.

“단주는 사리에 통달하고 총명합니다. 하오니 제위를 아드님에게 물려주시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이에 요임금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그 놈은 아니다. 흉악한 놈이 어찌 백성을 다스린단 말이냐!”

이번에는 신하 사악이 곤을 추천하였다. 하지만 곤은 치수에 대한 실적이 없어 역시 거절당했다. 요임금이 점차 나이가 들자 어떻게든 후계자를 정하고자 했다. 이에 숨은 현자라도 찾아 추천하라고 명하였다.

그 무렵 산골에 사는 허유(許由)라는 자가 천하에 현인이라고 소문이 났다. 요임금이 그를 불러 천하를 넘겨주고자 했다. 이에 허유가 펄쩍 뛰면서 자신은 천하를 맡을 인재가 아니라며 거절하였다. 그리고 서둘러 기산으로 도망하였다. 얼마 후 요임금이 다시 허유를 불렀다. 이번에는 천하를 대신하여 구주를 맡아 줄 것을 요청하였다. 허유는 자신은 결코 그런 인재가 아니라며 역시 거절하고 나왔다. 기산으로 가는 도중에 영수라는 강가에 이르자 걸음을 멈췄다. 자신이 요임금에게 들었던 말이 너무도 가당치 않아 귀를 씻고 있었다. 마침 친구인 소부가 소에게 물을 먹이려고 강가에 다가갔다가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허유, 자네 왜 그렇게 귀를 열심히 씻는 것인가? 무슨 까닭이라도 있는가?”

“글쎄, 요임금이 나더러 천하를 맡아달라고 하기에 거절했더니, 이번에는 구주를 맡아달라고 하지 않겠나. 그래서 귀를 씻는 중이라네.”

소부가 이 말을 듣자 이내 소를 끌고 상류로 올라가 물을 먹였다.

“아니, 자네 왜 소를 억지로 끌고 상류로 가는 건가?”

“자네의 더러워진 귀를 씻은 물을 우리 소에게 먹일 수는 없지 않은가?”

이는 사마천의 ‘사기본기(史記本紀)’에 있는 고사이다.

경행유현(景行維賢)이란 행실이 당당해야 어진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현자는 함부로 나서지 않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세상을 맘 편히 살고자 하면 매사에 당당하게 행동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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