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석
한국교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충청매일] 올해 설날 즈음에서 개봉된 영화중에서 ‘알리타’를 보고 기계인간의 출현이 가까운 시간 내에 성큼 다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줄거리는 일본의 만화 ‘총몽’ 원작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주인공은 인간의 두뇌를 가진 기계소녀이고 지구의 환경은 모두가 갈망하는 공중도시와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고철도시로 나누어진 26세기의 이야기이다. 고철 더미 속 모든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알리타는 마음 따뜻한 의사 이도의 보살핌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한편, 새로운 친구 휴고는 그녀가 위험한 고철도시를 헤쳐나 갈 수 있는 방법과 함께 기억을 되찾도록 도와준다. 잊어버린 자신의 과거에 다가 갈수록 도시를 지배하는 나쁜 세력들이 그녀를 노리며 제거하려고 하고, 사라하는 가족과 친구, 새로운 세상을 위해 통제된 세상의 무시무시한 적들과 맞선다는 이야기이다.

로봇공학 전문가인 한스 모라벡은 그의 저서 ‘마음의 아이들’에서 사람의 마음을 기계 속으로 옮겨 사람이 말 그대로 로봇으로 바뀌는 시나리오를 제시하였다. 수술실에 드러누운 당신 옆에는 당신과 똑같이 되려는 컴퓨터가 대기하고 있다. 당신의 의식은 말짱하다. 수술을 담당한 로봇이 당신의 두개골을 열어서 그 표피를 손에 수없이 많이 달려있는 미세한 장치로 스캔한다. 스캔하는 순간마다 뇌의 신경세포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가 기록된다. 로봇 의사는 측정된 결과를 토대로 뇌 조직의 각 층이 보여 주는 행동을 본뜬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한다. 이 프로그램은 즉시 당신 옆의 컴퓨터에 설치되어 작동된다. 이러한 과정은 뇌 조직을 차근차근 도려내면서 각 층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시행된다. 말하자면 뇌 조직의 층별로 뇌의 움직임이 시뮬레이션 되는 것이다. 수술이 끝날 즈음에 당신의 두개골은 텅 빈 상태가 된다. 물론 당신은 의식을 잃지 않고 있지만 당신의 마음은 이미 뇌로부터 빠져 나와서 기계로 이식되어 있다. 마침내 수술을 마친 로봇 의사가 당신의 몸과 컴퓨터를 연결한 코드를 뽑아 버리면 당신의 몸은 경련을 일으키면서 죽음을 맞게 된다. 당신의 뇌는 비록 죽어 없어졌지만 당신의 마음은 컴퓨터에 온전히 옮겨졌기 때문이다. 당신은 새롭게 변형된 셈이다.

모라벡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이 기계에 이식됨에 따라 상상하기 어려운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먼저 컴퓨터의 처리 성능에 힘입어 사람의 마음이 생각하고 문제를 처리하는 속도가 수천 배 빨라질 것이다.

모라벡의 시나리오처럼 사람의 마음을 기계로 옮겨 융합시킬 수 있다면 조상의 뇌 안에 있는 생존 시의 기억과 감정을 읽어 내서 살아있는 사람의 의식 속으로 재생시킬 수 있을 터이므로 산 사람과 죽은 사람, 미래와 과거의 구분이 흐릿해질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모라벡은 소프트웨어로 만든 인류의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게 되는 로봇, 곧 마음의 아이들이 인류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2050년 이후에 로봇은 창조주인 인류를 파멸시킬 것인가, 아니면 모라벡의 시나리오처럼 로봇은 인류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단지 로봇공학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오늘날 예측 가능한 사실은, 사람보다 영리한 로보사피엔스가 출현하게 될 인류사회의 모습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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