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충청매일 충청매일] 그의 촉촉한 몸에서 미끄러진다. 몸 곳곳을 이리저리 거침없이 찾아다니며 문질러 준다. 나의 손길이 스쳐 지나칠 때마다 짜릿함을 느낀다. 거친 나의 피부로 문지를 때마다 그의 피부가 한 겹 벗겨져나간다. 비로소 반질거리며 향기가 배어 나온다.

하루 한번은 그의 몸을 밀어준다. 그는 스스럼없이 내 앞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을 내맡긴다.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부끄러워 살짝 고개를 돌린다. 그의 몸에서 놀 때마다 나는 은근한 쾌감을 느끼며 흐느적거린다.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그도 젖고 내 몸도 흠뻑 젖었을 때 나는 거품을 물고 그의 몸에서 광란의 질주를 한다. 둘 다 거품으로 파묻힌다. 뜨거운 물이 온몸을 훔쳐낸다. 거품이 사라지고 광택으로 촉촉한 알몸이 드러난다. 개운하다. 그는 나를 제자리에 돌려보내고 사라진다. 이제 내일이 되어야 다시 만날 수 있다. 허전한 마음으로 눈물을 흘린다.

피곤에 지친 날이나 술을 과하게 마시고 들어오는 날에는 아예 찾지도 않는다. 서운하다. 옷을 입은 채 침대 위에 쓰러진다. 한번쯤은 찾아줄 만도 한데 매정하다. 다음날 아침 지친 기색으로 잠시 찾아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볼일 보고 사라진다.

아이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조금 거칠다고 외면한다. 친해져보려고 살살 다가가도 질색을 한다. 그래서 나도 어린애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옛날 그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내가 없었고 대신 나를 대신해 주던 녀석들이 있었단다. 시골 냇가에 거주하는 짱돌이다. 시골에 목욕탕이 없어 겨울이면 세수조차도 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가마솥에 물을 끓여 부엌에서 함지에 물을 붙고 대충 씻었다고 했다. 씻고 나서 방에 들어가려고 문고리를 잡으면 손에 쩍쩍 붙어 기겁을 했었다고 한다. 그러니 제대로 씻을 수가 있었겠는가. 손과 발은 때가 덕지덕지 눌러앉고 심지어 갈라지기까지 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냇가로 데려가 찬물에 때를 불린 다음 주변의 매끈한 돌로 밀게 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면 손과 발에 빨갛게 피멍이 들고 다음날 딱지가 앉았다 한다. 몇날 며칠을 아파서 물에 담그지 못하고 고생을 해야만 했었단다.

지금의 나는 비단결이다. 그런데도 내가 밀어주면 아프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힘들었을 때는 생각하지 않고 현재 조금 힘들면 참지 못하고 엄살을 부린다. 쉽고 달콤한 것들만 있는 건 아닌데 약간의 고통은 참고 견뎌낼 줄도 알아야 하겠다. 지금의 고생은 훗날 낙으로 돌아온다. 거친 면으로 문지른다고 아파하지 말고 즐겨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매끄럽게 느껴진다. 내 마음속은 쌓인 때가 가득하다. 겨울이다. 닦고 밀어 깨끗하게 만들고 싶지만 점점 얼어붙어가는 주변 환경 탓에 더욱 찌들어 간다.

깨끗한 몸을 위해 그가 존재하듯 나는 맑고 깨끗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노력 하겠다. 가장 더러운 것은 못된 사람의 마음이다. 내가 닦아줄 수는 없다. 스스로가 노력하여 마음을 정화 시켜야 하겠다. 나와 이웃 우리사회가 티끌하나 없는 멋진 세상으로 아니 깨끗한 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열심히 밀고 또 밀어야 하겠다. 피멍은 들지 않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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