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화룡점정(畵龍點睛), 가장 중요한 일을 마쳐야 일이 끝난 것이다
[김치영의 고전 산책]화룡점정(畵龍點睛), 가장 중요한 일을 마쳐야 일이 끝난 것이다
  • 충청매일
  • 승인 2019.01.2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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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430년 남북조시대. 양(梁)나라 사람 장승요(張僧繇)는 조정의 고위 관리였다. 그가 그렇게 출세한 이유는 남보다 그림 그리는 재주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처음 궁궐에 들어왔을 때는 인물과 사원벽화를 그리는 궁정화가로 시작했다. 이후 그림 솜씨가 뛰어나 차차 이름이 알려졌고, 나중에는 그가 그리는 그림은 마치 살아있는 것 같다고 소문이 날 정도였다.

어느 날, 금릉에 있는 유명한 사찰인 안락사에서 장승요에게 그림을 부탁하였다. “안락사 벽에 한 쌍의 용을 그려주시기를 간절히 청하옵나이다.”

처음에 장승요는 시간이 없다며 거절하였다. 하지만 재차 주지스님까지 나서서 간곡하게 청하는 바람에 더 이상은 거절할 수 없었다. 장승요는 결국 두 마리 용을 그리기 위해 붓을 들었다. 서서히 붓을 놀리자 신비한 용의 형상이 나타났다. 마치 먹구름을 헤치고 금방이라도 하늘로 승천하려는 모습이었다. 용의 비늘 하나하나가 빛이 났고, 날카로운 발톱에는 강한 생명이 꿈틀대는 것만 같았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모두 감탄하여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장승요는 용의 모습을 다 그려놓고서, 단지 용의 눈에 눈동자를 며칠 동안 그리지 않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까닭을 물었다.

“아니 용의 외모는 저토록 훌륭한데, 어찌 눈동자를 그리지 않는 것입니까?”

이에 장승요가 대답했다.

“내가 눈동자를 그려 넣으면 저 용은 한순간 하늘로 날아가 버릴까 염려스러워, 감히 그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장승요가 너무 거만을 떤다고 여겼다. 일부 사람들은 장승요가 실력이 모자라 그림을 완성시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오해하기도 했다. 그러자 장승요를 비웃는 사람들이 나서서 독촉하며 말했다.

“어디 실력이 있다면 용의 눈동자를 한 번 그려 넣어보시오. 정말 용이 하늘로 날아가는지 그대로 있는지 한번 봅시다.”

그 말에 사방이 웅성웅성 시끄러워졌다. 장승요는 어쩔 수 없었다. 다시 붓을 들었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해서 두 마리 중 한 마리 용의 눈에 천천히 눈동자를 그려 넣기 시작했다. 눈동자가 다 그려지자,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천둥번개가 내리치더니 그림 속의 용이 비늘을 번쩍이며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버린 것이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벽을 살펴보니 벽은 부셔져 있고, 눈동자가 그려진 용은 사라지고 없었다. 단지 아직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용만 남아있었다. 이는 한족소설집 ‘수형기(水衡記)’에 있는 이야기이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란 용을 그리고 이어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려 넣는다는 뜻이다.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마무리한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차츰 실효성을 거두고 있다. 공시지가가 현실화되면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용의 눈에 눈동자를 그려 넣는 심정으로 부동산을 통해 불노이익을 추구할 수 없도록 제도가 확실히 공인되기를 강하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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