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한 구인 구직 매칭 플랫폼의 조사에 의하면 구직자 5명 가운데 1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직장이 있는 사람도 22.7%가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고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의하면 공무원을 준비하는 공시족 수가 40만명이 된다고 한다. 이 수치는 취업을 준비하는 약 100만명 가운데 39% 정도가 공무원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무원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아지게 된 데에는 현 정부가 공무원을 17만4천명 증원하겠다는 계획도 영향이 있지만, 우리의 국가체제가 가지는 특성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를 보면 ‘안정된 직장’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노후 보장’,‘출산 후 경력단절 걱정이 없어서’, ‘일반기업은 취업연령 부담이 커서’등을 들고 있다. 반면에 ‘공공에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는 10% 미만에 불과하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공무원이 되겠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공직을 민간 부문보다 직업으로 선호하는 배경에는 우리 사회에서 공공부문 및 국가의 권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국가의 규모가 커지는 가장 큰 이유로 국가가 복지국가를 표방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모든 복지를 책임지는 것이 바람직한 나라라는 이데올로기가 반영되고, 이를 바탕으로 통치자들은 국가를 활용하여 고용을 창출하고자 한다.

마르크스의 국가권력 이론에 의하지 않더라도 국가의 규모와 권력이 커지게 되면 국가권력은 종종 가진 자의 계급적 이익을 위한 도구화의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은 근로자로서 모든 제도적인 이익을 누리고 있지만, 민간부문의 대부분 근로자는 그 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은 출산 후 경력 단절의 걱정이 없지만, 민간기업에서 경력단절 여성의 권리가 보장되는 곳은 아직도 손에 꼽는다. 국가가 보장하는 국민연금으로 민간부문의 퇴직자가 노후를 보장받지 못하지만, 공무원은 아직은 노후를 걱정하지 않는 집단에 속한다.

건전한 사회는 국가와 민간의 불균형이 없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가 특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특권이 되고, 공직이 철밥통이 되는 것은 바람직한 국가 사회구조가 아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복지를 국가만이 보장하겠다는 이상적 이데올로기를 극복해야 한다. 국가가 커지고 권력을 가지기보다는 민간이 부유해지는 나라가 더 조화로운 나라이다. 우리의 통치 논리는 국가, 민간, 시민사회가 사회체제를 함께 관리하는 거버넌스 체제를 추구하여야 한다. 이 시스템을 국가가 주도하겠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모두가 공무원이 되겠다는 나라는 국가가 국민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 국민이 국가가 되겠다는 나라이다. 통치자만 있고 국민이 없는 나라는 좋은 나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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