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변역가

위, 촉, 오 삼국시대, 평원 지역에 관로(管輅)라는 노인은 점을 아주 잘 쳤다. 하루는 위나라의 권세가 하안이 그를 청하여 친구들과 함께 주역을 경청하였다. 관로가 주역을 말하기는 했으나 다소 지루했다. 그러자 젊은 권세가 등양이 물었다.

“주역을 논한다고 하면서 어째 세상사를 비교해서 말하지 않는 것이오?”

관로가 곧바로 대답했다.

“원래 주역을 안다고 하면 주역을 말하지 않는 법이오.”

이에 하안이 그 말을 듣고 껄껄 웃으며 말했다.

“옳은 말이오. 어디 그러면 내 점 한 번 봐주시오. 요즘 파리 떼들이 자꾸 콧등에 날아들어서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라오. 혹시라도 내가 삼공의 자리에 앉기라도 할지 모르니 잘 봐주시오.”

관로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말했다.

“코는 얼굴의 산이오. 산은 높으면서도 위태롭지 않아야 길이 편한 법이오. 벼슬 높은 사람에게 파리 떼들이 모여든다는 것은 넘어질까 위태롭다는 뜻입니다. 하오니 대감께서는 많이 가진 것은 줄이시고 적게 가진 것은 더하셔야 예를 지키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파리 때들을 물리치고 삼공에 오를 것입니다.”

옆에서 그 말을 들은 등양이 어이없다는 듯이 관로에게 말했다.

“그게 무슨 점인가. 무식한 늙은이가 함부로 지껄이는 소리로다, 그만 두거라!”

그러자 관로가 송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소생이 늙어서 그런 것이니 너무 나무라지 마십시오.”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그 집을 나왔다. 그걸 본 하안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하하, 별 미친놈이로다!”

관로가 집에 돌아오자 얼굴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마침 집안 어른이 오셔서 무슨 일인가 물으니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어른이 말했다.

“네가 정신이 있는 사람이냐? 그 두 분은 위나라의 권세가들이 아니야. 그런데 함부로 입을 놀렸으니 매 맞지 않고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다.”

그러자 관로가 어른께 말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제가 보니 그 둘은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등양은 걸음걸이가 약하니 이는 힘줄이 뼈를 묶지 못하고 맥이 살을 누르지 못하여 곧 귀신이 찾아올 상입니다. 하안은 눈을 떠도 넋이 나간 것과 같고 얼굴에 피가 돌지 않으니 마른나무토막입니다. 바로 귀신이 찾아올 겁니다. 그러니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듣고 있는 집안 어른이 어처구니없다는 투로 말했다.

“예끼, 미친놈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위나라 조조의 공신 사마의가 반란을 일으켰다. 하안과 등양은 이때 참혹한 죽음을 당하였다. 이는 ‘삼국지(三國志)’에 있는 이야기이다. 소심근심(小心謹愼)이란 마음을 조심스럽게 하여 욕심을 버리고, 언행을 조심하여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것을 말한다. 욕먹을 짓은 하지 말고, 오해할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세상을 편하게 사는 비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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