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대전대 청주한방병원 침구·재활1과 병원장

동서양을 막론하고 겨울의 별미로 손꼽히는 굴, 요즘처럼 바닷바람이 매서워지는 추운 겨울이면 바다의 기운을 저장해 신선한 맛과 풍부한 영양을 자랑합니다. 특히 12월에서 1월까지 굴은 한창 살이 올라 ‘바다의 우유’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 맛과 영양이 다른 어느 식품에 비할 수 없습니다.

굴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오래 전부터 식용돼 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철기시대 초기의 경남 김해 조개무지에서 굴과 조개의 껍질이 출토됐고, 서양에서는 기원전 1세기부터 나폴리에서 굴 양식을 했다는 기록이 있어 예전부터 바다와 가까운 곳에서는 중요한 먹거리 였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굴은 대표적 강장식품으로 고대 로마의 황제들이 즐겨 먹었고, 프랑스의 나폴레옹과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애호하던 식품이었으며, 중국에서도 강장식품으로 귀히 여겼다고 합니다.

굴은 영양적으로 완전식품에 가깝습니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에 라이신과 히스티딘이 많아 곡류에 부족한 아미노산을 보충할 수 있고, 당질은 글리코겐 형태로 많이 들어 있어 소화 흡수가 잘 되므로 회복기의 환자나 노인, 아이들에게도 두루 좋습니다. 특히 철분과 정액을 구성하는 데에 필수 성분인 아연, 칼슘, 인 등이 고루 들어 있어 빈혈에 좋고 타우린, 셀레늄 등이 함유되어 있어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등의 성인병 예방과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도 좋습니다. 또한 굴에는 혈액 중 중성지방 및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 고혈압 및 뇌병변 등을 예방하는 EPA와 아이들의 학습능력 향상, 노화억제 및 항암작용이 있는 DHA 등의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굴에 풍부한 철분과 비타민은 빈혈과 피부미용에도 좋은 효과를 보여 여성들에게도 매우 유익한 식품입니다.

동의보감에는 모려육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돼 먹으면 맛이 좋고 몸에 유익하며 살결을 곱게 하고 얼굴빛을 좋아지게 하므로 바다에서 나는 식품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이라 합니다. 중국의 의서 ‘명의별록(名醫別錄)’에서는 허열을 내리고 맺힌 것을 풀며 땀을 멎게 하고 갈증을 덜어 준다고 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굴껍질을 모려라는 약재로 사용해왔습니다. 동의보감에 모려는 성질이 평하거나 약간 찬 편으로 맛이 짜며 독이 없다 하여 대소장을 조여들게 하고, 대소변이 지나치게 나가는 것과 식은땀이 나는 것을 멎게 하며, 유정(遺精), 몽설(夢泄), 적백대하를 치료하고 학질을 낫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모려는 차고 무거운 성질로 흥분된 기운을 가라앉히며, 단단하고 뭉친 것을 부드럽게 해주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갑상선종, 임파종 등에 응용이 가능하며, 수렴작용과 제산작용으로 과다한 땀분비, 유정(遺精), 대하, 위산과다 등 증상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굴은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지만 비린맛이 강하므로 비위가 약한 분들은 레몬즙을 이용하면 생굴의 비린내를 없애고, 레몬의 아스코르빈산이 철분의 흡수를 도와 영양섭취에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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