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효(孝)란 자식이 부모를 대하는 가장 우선적인 인간관계이다.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거나 자신을 희생해서 부모를 극진히 섬기는 자식을 우리는 흔히 효자라 한다. 효자라는 말이 나온 까닭은 대부분의 자식들은 부모가 늙으면 업신여기거나 무례하게 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효도의 방식은 여러 가지이다. 옛날에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무덤 앞에 여막을 짓고 삼년상을 지내는 자식을 효성이 지극하다고 했다. 또한 부모가 병이 나거나 죽음에 처했을 때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 돌보는 자식을 효성이 지극하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효에서 강조하는 것은 부모가 살아계실 때 기쁘게 해드리는 일이다. 이에 대해 조선의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효에 관한 편지를 한 통 보냈다.

“어버이를 섬기는 일에 가장 큰 것은 부모의 뜻을 거역하지 않는 것이다. 그 다음은 부모를 위해 의복과 음식과 거처를 돌보는 일이다. 너희 형제는 어머니가 주무시는 방이 추운지 더운지를 살펴야 하고, 추우면 몸소 불을 때드려야 한다. 그러한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고 수고롭더라도 스스로 해야 한다. 그러면 네 어머니가 무엇보다 기쁠 것이다. 어머니가 기뻐하시면 너희들도 즐겁지 않겠느냐? 너희가 효자가 되고 두 며느리가 효부가 된다면 나는 유배지에서 죽는다 하더라도 아무 슬픔이 없겠다. 꼭 명심하길 바란다.”

효도에 관해서는 한(漢)나라 무렵 한백유(韓伯兪)의 고사를 빼놓을 수 없다. 백유는 부모님 말씀을 어기거나 밖에서 잘못을 한 경우에 항상 어머니에게 종아리를 맞았다. 그때마다 너무도 아파 다시는 잘못하지 않겠다고 사죄하였다. 세월이 흘러 백유 또한 나이를 먹었다.

하루는 어머니의 명을 깜박하여 잊고 말았다. 이에 어머니가 아들을 불러 어찌하여 잊었는가를 따져 물었다. 백유가 다른 변명 없이 그저 잘못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자식이 다 컸다고 잘못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 종아리 걷어라!”

어머니는 회초리를 들고 백유에게 매질을 하였다. 그런데 매를 맞는 백유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이상하게 여겨 회초리를 내려놓고 물었다.

“어려서는 그렇게 매를 맞아도 울지 않던 놈이 어찌 지금은 눈물을 보이느냐? 그러고도 어찌 사내라 할 수 있느냐!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우는지 말해 보거라.”

이에 백유가 울먹이며 대답했다.

“전에 제가 잘못했을 때 회초리를 치시면 그 매가 너무도 아팠습니다. 그런데 오늘 어머니의 매는 나이가 드셔서 힘이 모자라 그런지 아무리 맞아도 아픈 것이 없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어머니가 연세 드신 것이 공연히 슬퍼서 운 것입니다.”

이는 한(漢)나라 말에 학자 유향이 편찬한 ‘설원(說苑)에 있는 이야기이다. 백유읍장(伯兪泣杖)이란 글자 그대로 하면 백유가 어머니에게 매를 맞으며 운다는 뜻이다. 늙고 쇠약해진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효도를 더 하지 못한 것을 슬퍼하여 운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송년회로 바쁜 12월이다. 그래도 한 해가 가기 전에 늙은 부모를 한 번 더 찾아뵙는 것이 인생을 보람 있게 사는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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