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오래전 인도로 연수를 간다고 하니 모두 “왜 인도로 가느냐?”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도망갑니다”라고 대답하였더니 의아해하였다. 그래서 질문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답인 “도 닦으러 갑니다.”고 대답하였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많은 교수들이 연수지역으로 선호하는 미국이 아닌 인도를 선택한 것은 아무 이유가 없었다. 단지 일상에서 벗어날 수만 있었으면 지역은 내게 의미가 없었다. 나를 감싸던 일상의 억압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서 인도로 연수를 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하게 스님들이 출가하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 “왜 출가하셨습니까?”라는 소리라고 한다. 이러한 질문자는 정답을 미리 생각하면서 무엇인가 다른 대답을 호기심 어리게 찾는다. 출가한 스님은 자기를 버리고 자기를 찾기 위해서 출가하였을 것이지만, 사랑하는 애인과 헤어져서 출가하지는 않았을까? 라는 대답을 기대한다.

대중의 인기를 많이 받고 계신 혜민 스님은 에이즈 환자를 위해 남몰래 봉사하던 친구와 교통사고로 사망한 친구의 죽음에 영향을 받고 출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중은 혜민 스님의 출가하게 된 이 계기에 관심을 가질 뿐, 내가 왜 태어났나 하는 삶의 이유를 생각하다가 간절하고 답답한 마음에 수행자가 되고 싶어서 출가하게 되었다는 목적에 대하여는 덜 관심을 가지는 듯하다.

종편에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이 50~60대의 지지를 받으면서 종편에서 상위의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다. 프로그램 주인공들이 산으로 간 이유는 첫째는 건강 때문에, 둘째는 산과 자연이 좋아서, 셋째는 사업이 망하였거나 친한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여 산에서 혼자서 생활을 한다고 한다.

산으로 가지 않은 50대 이상의 남성이 이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도시의 빠르고, 경쟁해야 하는 생활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욕망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특히 50대 이상 은퇴를 앞두거나 은퇴한 사람들의 이러한 욕망에 대한 대리만족이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중장년은 자연인의 프로그램 주인공처럼 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자유를 느끼고자 한다.

인간은 본래 사회적 동물로 함께 사는 것이 자연인인데 산속에서 혼자 사는 것을 자연인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회의 흐름은 우리 사회가 자연인으로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인간의 본질을 회복하고 자유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청년은 헬조선으로 대한민국을 벗어나고, 장년은 “나는 자연인이다”을 외치면서 탈 사회를 원하는 사회는 건전한 사회가 아니다. 건전한 사회는 사회 공동체 속에서 출세가 아닌 출가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사회이다. 건전한 사회는 혼자 사는 “나는 자연인이다.”로 사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과 함께하여 “나는 사회인이다.”라고 외치는 사람이 많은 신뢰의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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