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공덕을 의식하고 한 행위는 나눔이 아니라 거래다.” 법정스님이 하신 말씀이다.

470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이 제대로 심의도 되지 않고 통과되었다, 기한을 넘긴 막판에 힘 있는 의원을 중심으로 지역구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나누어 먹기가 예년과 같이 이루어졌다. 현 실세인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장제원 예결위 간사 등은 각각 수백억원의 지역구 예산을 챙겼다는 이야기이다. 그들은 연말 의정 보고회에서 지역 숙원 사업에 대한 예산을 자신이 노력해서 가져왔다고 자찬을 할 것이다. 자신의 공덕을 위해 예산심의는 뒷전이고 부족한 세원을 위해 국채를 1조8천억원 발행한다고 한다.

무공덕을 이야기할 때마다 인용되는 달마대사와 1500년전 양나라 무제(武帝)의 이야기가 있다. 불교를 독실하게 신봉한 무제는 달마대사와 함께한 자리에서 “나는 왕이 된 뒤에 절을 짓고 불상을 조성하고 경전을 베끼고 스님들을 공양하기를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이 했습니다. 얼마만 한 공덕이 있을까요?” 이에 달마대사는 퉁명스럽게 ‘무공덕(無功德)이라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무제는 자기 생각으로 많은 공덕을 세웠다고 생각했는데 무공덕이라고 하니 “아니 이렇게 불교를 위해서 많은 일을 했는데 어째서 공덕이 없다고 하십니까?” 반문하자 달마대사는 “그러한 공덕은 다만 윤회 속의 조그만 결과에 지나지 않는 것, 언젠가 흩어지고 말 것들이오.”라고 말하고 있다.

공덕과 관련하여 성경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공덕은 왼손이 모르더라도 백성은 안다. 공덕이 될 것으로 생각하면서 지은 공덕은 참 공덕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무공덕을 공덕으로 생각하여 공든 탑처럼 높게 쌓고자 혈안이 되고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보다 김정은 위원장의 남한 방문에 관심을 가지는 정치권이나,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칭찬받고 신문에 이름나기를 원하는 의원님들, 남이 칭송을 받으니까 따라 하는 자치단체장에서부터 작은 조직의 장에 이르기까지 자기 일이 공덕이 되길 염원하고 있다.

연말이다. 연말은 시작이기보다는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시작은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서 노력하였지만, 연말에는 많이 가진 것을 나누고, 조금 가진 것도 함께 쓰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많은 소인들은 나눔에 있어서 성경의 말씀을 실천한다. 그러나 권력을 가지고, 돈을 가진 사람들은 나눔을 공덕 쌓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왔는가 보다.

공덕은 자기가 쌓는 것이 아니라 남이 쌓아주는 것이다. 공덕은 남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나를 버리는 것으로 이해할 때 쌓아진다. 우리 사회에 자신을 버리는 지도자가 많아지게 되면 공덕이 하늘에 이를 터인데 아직도 연말이 추운 것은 무슨이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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