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우리가 세계 여행을 하다보면 유럽의 도시는 세월의 추억이 축적된 사진첩과 같아 이국인의 눈에 색다른 인상을 준다. 여행객들은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며 옛 문화를 잘 보존 재현된 장소에서 안내자의 해설을 듣자면 타임캡슐(Time capsule)을 타고 마치 그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낀다.

사람들의 기억은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면 과거의 향수로 남겨지게 된다. 특히 이 중에서 역사의 중요한 무대로 기억할 만한 것은 생생한 유적과 인상 깊은 건축물이 오랫동안 사람의 하드웨어(Hardware)에 저장된다. 독일 구텐베르크 광장(Gutenbergplatz)에 있는 동상이나 건축물의 난간에 세워진 석회암 인물상은 동양의 건축물과 대비되어 색다른 이미지(Image)로 각인(刻印)될 것이다. 

어느 한 도시의 상징성은 무엇보다도 건축물이다. 더욱이 청주가 인쇄문화의 메카(Mecca)라면 이에 맞는 랜드마크(Landmark)인 흥덕사는 반드시 존재해야 하며, 현재 초라하고 모형인 듯한 금당은 웃음거리밖에 되지 못한다. 흥덕사가 여러 가지 법적 규제로 복원이나 중창이 어렵다면 초정행궁처럼 재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직지’의 모태(母胎)가 되는 흥덕사는 인쇄성지라는 정체성(Identity)과 도시의 이미지를 대변하고 사람들을 매료(魅了)시킬 것이다. 재현되는 흥덕사는 인쇄문화의 역사적 상징성과 미래의 모습이 공존하는 건축물이어야 한다. 반드시 사찰 형식의 개념에서 벗어나 디자인(Design) 지식창조 산업의 발상지라는 정보혁명의 정신을 살려야 한다.  

흥덕사는 최소한의 사찰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연중 즐길 수 있는 문화콘텐츠가 제공되는 복합문화시설이어야 한다. 고인쇄전수와 같은 교육기능은 물론 전시, 시민참여행사, 등등의 색다른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흥덕사와 아울러 금속활자전수관에서는 고인쇄 복원과 같은 전통기술은 활성화하며 활자 자모나 가지쇄 등과 같은 활자와 연관된 저가의 상품 브랜드(Brand)화 개발을 해야 한다.      

흥덕사의 재현되는 인근에는 반드시 청주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가 직지문화특구에 건립되어 한다.  직지문화특구 주변이 토지매입 등에 문제점이나 장기화가 될 경우 등산로가 있는 흥덕초등학교 뒤편 양병산을 자연경관을 훼손시키지 않는 방향에서 개발을 하는 방안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이 토지가 국유지가 아닌 개인 또는 종중(문화류씨 종토)의 소유지라면 사적지 지정 내지 소유주의 설득으로 매입을 할 수도 있다.

흥덕사의 재현은 고대와 현대의 청주 경관을 복원하는 전략을 세우되 양병산 개발이 불가능할 시에는 현 흥덕초등학교의 이전과 함께 이 자리에 재현하고 옛 흥덕사 자리에 있는 금당(金堂)은 유적지로서 보존하여야 한다. 

직지거리는 역사성을 강화하여야 한다. 청주시 수동에 밀집되어 있는 100여 곳이 넘는 현대 인쇄문화와 청주 각 지역에 산재된 골동품상을 유치하여 인쇄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여야 한다. 이러한 몇 가지의 문제점을 보완한다면 직지문화특구 일대는 인쇄문화 상징공간으로서 장소성이 매우 크다고 하겠다. 이러한 시설물을 유치하는데 많은 부지가 소요된다면 재현된 복합문화시설인 흥덕사를 이용하는 방안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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