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생각보다 경기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직업이 변호사입니다. 소소하게 사업을 하시는 분들을 클라이언트로 많이 만나게 되는 이유도 있고, 불황기에는 불황형 사건이라 할 수 있는 파산 등의 사건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느끼는 것은 솔직히 요즘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몸소 느낍니다.

그런데, 체감하는 것과 실제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보는 것은 좀 다른가봅니다. ‘어렵지 않다.’, ‘내년이면 소득주도성장의 결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라는 것으로 대변되는 장하성 정책실장의 얘기를 들으면 말입니다. 솔직히 맞는 얘기인지 틀린 얘기인지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필자는 변호사 되기 전 행정학을 전공하였는데 위 얘기를 들으며, 어렴풋하게 ‘정책의 시차이론’을 의미하는 건지 싶습니다.

간단히, 어떠한 정책이든 그 본연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정책을 실행하고 일정한 시간이 경과돼야 한다는 이론입니다. 즉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일련의 정책은 한국경제에 올바른 처방이니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것이 내년이라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비록 어렵지만 추운 겨울이 지나고 새 희망의 내년이 오면 경제도 좋아지고, 모두들 웃으며 변호사인 저도 소위 호황형 사건을 수임하며 즐겁게 일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만약 애초부터 잘못된 정책이라면 하는 걱정도 듭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한 걱정은 또 다른 장하성의 어록인 “한국 경제의 누적된 모순은 시장에서 만들어졌다. 경제를 시장에만 맡기라는 주장은 한국 경제를 더 큰 모순에 빠지게 할 것”이라는 말을 들으며 더욱 증가합니다. 현 정권의 특징은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시장은 실패한 것이고 정부는 옳은 것이라는 논리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의 시장에 모순이나 소위 요즘 용어인 적폐의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래도 이러한 사정이 있다고 해 모두 실패로 낙인찍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실패된’ 시장이라면 한국 경제가 적어도 장기적으로 계속해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설명할 수 없겠지요. 오히려 조화로운 정책이었으면 합니다.

의도한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인상쭻전체적인 임금수준 향상쭻소비의 증가쭻경제발전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시장이 감당 못하는 수준의 최저임금인상쭻고용자수 감소 및 물가의 상승쭻실질소득 감소쭻소비감소쭻경제위축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불공정한 거래 제도를 먼저 손보고 전체적인 경제체질을 개선한 후 이에 부합하는 정도로 최저임금의 인상을 시도하였다면 과연 이러한 상황이 연출되었을지 의문입니다.

비록 부조리나 불합리한 요소가 존재하기는 하더라도 시장은 나름의 역할을 하며 경제를 이끌어 온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는 이를 무조건 악(惡)으로만 규정한 것은 아닌지 싶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대부분의 경제흐름은 시장을 존중하되, 그에 따른 부조리와 불합리를 정부의 힘으로 미세하게 조정하는 경제정책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시장과의 조화로운 경제정책을 고려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요? 연말이라고 하던 경제회복이 내년이 되고 내후년이 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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