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주 청주시 지적정보과 지적재조사팀장

 

얼마 전 청주시립도서관에서 건축사 유현준 교수의 ’어디서 살 것인가’ 주제 강연을 들었다. 유 교수는 공학도이지만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해 새로운 시각으로 건축이야기를 들려줬기에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이 강연은 건축을 통해 사람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전달하며 건축에 대한 내 생각의 관점을 바꿔놨다.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할 도시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우리가 좀 더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요즘 1인 가구의 주거형식은 20㎡ 정도의 원룸이다. 혼자 사는 공간은 좁고 외롭다. 고시원이 그렇다. 교도소와도 건축적으로 크게 다를 바 없다.

맨해튼의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그 곳에 사는 사람들도 20㎡ 남짓한 원룸 크기의 방에 살지만 공간 소비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들이 누리는 공간은 좁지 않다. 대략 10여 분 걸으면 하나씩 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는 공원 간의 거리가 1시간이다. 누릴 수 있는 공간의 크기가 작은 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커피숍에서 안식을 찾는다. 커피숍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게 아니다. 공간을 파는 곳이다.

10대가 찾는 공간은 PC방과 편의점이고, 직장을 다니며 여유가 생기면 자동차라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간다. 이렇게 우리는 각자의 공간을 찾아 뿔뿔이 흩어진다. 광장과 공원이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이다.

반면 미국의 센트럴파크는 좋은 공원이지만 인근에 건물이 없어 밤이 되면 너무 어두워져서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지켜보는 시선이 없다는 것은 안전이 보장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가장 안타까운 공간은 학교 운동장이다. 유럽의 광장과 비교해봤을 때, 광장은 주변에 가게가 많기 때문에 유동 인구가 많아 범죄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하지만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인 학교는 사방으로 닫혀 있어 가장 폐쇄되고 위험한 공간이 돼버렸다.

운동장 하나에 기역자 모양의 4층 건물에 담장에 둘러싸인 곳이다. 교도소와 학교가 비슷하다.

다양한 학생들에 맞는 다양한 공간이 필요하고, 천장고만 높여도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한대의 하늘 공간을 체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공간이 사람과 사람간 거리가 가깝고 사람과 자연간의 거리가 가까운 건축이 있고, 우리가 원하는 삶의 방향과 부합하는 도시가 된다면 한정된 자원인 토지를 좀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