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 담언미중(談言微中), 부드러움으로 상대의 금소를 찌르다
[김치영의 고전 산책] 담언미중(談言微中), 부드러움으로 상대의 금소를 찌르다
  • 충청매일
  • 승인 2018.10.28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전 번역가

기원전 201년, 진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한 후에 하루는 연회를 성대하게 열었다. 황제의 연회 때면 꼭 참석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궁중 연애인 우전이었다. 그는 남달리 유머에 뛰어났다. 신하들은 물론 황제의 배꼽을 빼놓을 정도였다. 

우전이 연회장에 가는 길에 비가 심하게 내렸다. 날은 쌀쌀하고 바람 또한 세게 불었다. 입구에서부터 궁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호위 병사들은 그대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서있었다. 우전이 출입문을 들어서면서 병사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이 빗속에 근무하니 고단하겠구려. 어디 그대들도 쉬고 싶은가?”

그러자 병사들이 이구동성으로 크게 대답했다. “네, 쉬고 싶습니다!”

우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잠시 후에 내가 부르면 크게 대답하시오. 그러면 그대들 모두 쉬게 해주겠소.”

우전이 연회장에 들어가서 진시황제에게 술을 따랐다. 이어 궁전 난간으로 뒤뚱뒤뚱 달려가 밖의 병사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호위 병사들이여, 그대들은 나보다 키도 크고 씩씩하지만 비를 맞고 있구려. 나는 난쟁이지만 이 궁전 안에 있다네. 그대들이 잘난 것인가, 내가 잘난 것인가?”

그러자 호위 병사들이 크게 대답했다. “네, 우전 어른이 저희보다 낫습니다!”

진시황제가 이 말을 듣고 깨닫는 것이 있었다. 즉각 명하여 호위 병사들을 교체하라고 일렀다. 이렇게 하여 병사들은 우전의 약속대로 쉴 수 있었다.

일 년 뒤, 황제의 사냥터인 원림은 사방 수십 리에 이르렀다. 그런데 황제가 원림을 더 확장하도록 명을 내렸다. 그러자 신하들이 반대 상소를 올렸다.

“폐하, 사냥터를 확장하면 농민들은 농토를 잃게 됩니다. 그들이 먹고 자고 일 할 곳이 없으면 세금은 무엇으로 충당할 수 있겠습니까.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진시황제가 그 말에 발끈했다.

“뭐라고! 천하가 모두 짐의 땅이다. 내가 내 땅에 사냥터를 만들겠다는데 무슨 잔소리가 그리 많으냐. 당장 상소를 올린 자들을 모두 목을 베어라!”

이 소식을 들은 우전이 황급히 궁전에 들어가 진시황제에게 아뢰었다.

“황제 폐하! 사냥터를 확장 하신다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그렇다면 그것은 아주 잘하신 일입니다. 사냥터를 넓히면 지금보다 더 많은 새와 짐승을 기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짐승과 새들이 많아지면 북쪽에서 진나라 땅을 넘보는 도적들이 쳐들어올 때 우선 사슴들을 내보내 무찌르도록 하십시오. 사슴 정도만 해도 충분할 겁니다. 그러니 사냥터를 아주 크게 확장하시면 나라의 군대를 대신해 짐승들과 새들이 막아줄 겁니다.”

그 말에 진시황제가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백성들이 농터를 잃으면 국가 안위가 위협 당한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이에 사냥터 원림 확장을 취소하였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있는 고사이다.

담언미중(談言微中)이란 완곡하고 말하여 상대방의 급소를 찌르는 말을 가리킨다. 상대가 화를 내지 않도록 하여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화법의 기술이기도 하다. 무식한 자들은 자신의 입으로 화를 불러오고, 지혜로운 자는 부드러운 말로 뜻을 이루는 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