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목적이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幸福)이란 답을 내놓았다. 그러면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일까. 독일의 관념철학자 칸트는 일, 사랑, 꿈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폴란드의 시인 노르비트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일이 있어야 하는데 그 일은 재미가 있어야 하고, 의미가 있어야 하며, 먹고 사는 일 세 가지를 강조했다. 이렇게 서양에서는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일과 사랑, 꿈에 의미와 가치를 두고 인생행복의 조건으로 했다.

동양에서는 고대 중국 상서(尙書) 홍범(洪範)편 에 첫 글귀에서 수(壽)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 등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한 오복(五福)을 다 갖춘 사람을 행복한 사람이라 했다. 이렇게 동서양을 통해 저마다의 가치관에 따라 행복의 조건이 달랐다. 옛 부터 우리 사회에 에서도, 어떤 사람은 자식을 많이 두는 것을 오복에 하나로 넣기도 하고, 여복(女福)과 건강을 가장 큰 복으로 여기기도 했다. 또 잘 먹고 옳게 소화시키자면 이빨이 오복의 근원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우리 사회 서민들이 원하는 오복은 치아가 좋을 것, 자손이 많을 것, 부부가 해로(偕老)할것, 손님을 대접할만한 재산이 있을 것, 명당(明堂)에 묻힐 것 등을 오복의 조건으로 여겼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자식들이 성장해 부모와 따로 사는 세상이다. 살기 힘들 때 옆에서 서로 돌보아 줄 수 있고, 외로움을 달래줄 배우자가 있어야 하는 것이 둘째 조건이다. 가수 나훈아의 노래 무시로에 ‘이별보다 더 아픈 것은 외로움인데…….’ 노래 가사처럼 고독이 노후의 삶을 슬프고 멍들게 한다. 그래서 부부가 백년해로(偕老) 하는 것이 이 시대의 중요한 행복의 조건이다.

돈이 인생의 삶에 윤활유처럼 필요한 것은 틀림이 없지만 돈에 너무 집착하면 수전노(守錢奴)가 되기 쉬워 덕(德)을 잃게 된다. 한국의 노인 빈곤층이 OECD국가 중 최고라지만 자식한테 손 안벌리고 살만하면 그것이 노후에 행복이 아닌가.

폴란드의 ‘노르비트‘가 말한 것처럼 일(취미. 배움)이 있어야 나태해 지지 않고, 생활의 리듬도 있고. 삶의 보람도 느끼며 건강도 유지되기 때문이다. 요즘 노(老)노(老) 케어, 노노 상담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살아있는 한 봉사하고 끊임없이 일하는 데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노후의 인생이 행복해지는 조건은 진실한 친구가 있어야 한다. 옛 중국의 거문고의 명수 백아(伯牙)가 자신의 음악세계를 제대로 알아주던 친구 종자기(鍾子期)가 죽자 거문고의 줄을 끊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 한다(伯牙絶絃). 이해관계에 따라 친구를 사귀고 배신하는 현대사회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면서 진실한 우정이 인생의 하나의 행복의 조건으로 중요해 지는 시대다. 이와 같이 인생의 행복의 조건들은 누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고 만들어 가야한다는 점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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