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주 수필가

계족산성에 가려고 대전 장동산림욕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길을 건넜다. 여러 번 왔었지만 그때마다 숲길 황토 둘레길만 걷었다. 봄에는 벚꽃이 피고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다. 여기서 건너다보이는 후곡리, 가호리 쪽 산들은 혼자서도 알아볼 수 있다. 계족산성을 올라가보고 싶었지만 일행이 모두 달가워하지 않아 못 올라갔다.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이들이 많다. 오늘은 분명한 목적이 있다. 황토 둘레길에서 계족산성까지는 1.5km라고 한다. 천천히 올라가면 된다. 땀이 흐를 무렵 수건을 목에 두르니 바로 성벽이 우뚝 나타난다. 성은 옛 모습은 없다. 고증을 거쳤겠지만 보수한 성이다. 삼년산성과 거의 비슷하다. 축성법이 삼년산성과 같아서 백제산성이 아니라 신라산성이라는 주장도 있다. 성은 너무나 완벽하게 쌓았다. 납작한 돌을 쌓는 방법은 북쪽 성벽의 남아 있는 부분과 비슷하다. 보수는 북서쪽에서부터 서쪽 벽은 보수했으나 동으로 이어지는 성벽은 덤불 속에 묻혀 있었다. 덤불을 헤집고 들여다보니 본래의 모습이 남아 있다. 보수할 때 이렇게 남은 벽의 모습을 통해서 같은 방법을 택하는가 보다. 서쪽 성벽을 따라 남쪽으로 걸었다. 상당히 높다. 본래의 모습인지 알 수는 없어도 이렇게 높게 쌓으려면 얼마나 많은 인력이 동원됐을까? 높이도 대단하고 넓이도 상당히 넓다. 서측 성벽 위를 따라 남쪽으로 향했다. 성벽은 깔끔하게 보수되었다. 보수라기보다 새로 쌓았다고 해야 될 것 같다. 너비는 넓어서 5m도 넘을 것 같다. 지형에 따라 구부러진 곳은 거기에 맞추어 축성을 했다. 중간에 무너진 부분을 보수하지 않은 곳도 있다.

남문지에 이르렀다. 남문도 보수한 지 얼마 되어 보이지 않았다. 남문지의 성벽은 완전히 새로 쌓았다. 아주 작게 수구(水口)를 만들어 놓았으나 지금은 물이 빠질 것 같지 않다. 주변에 쉽게 발견되는 기와편으로 보아 성문과 누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수한 성벽에서는 건축물이 있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남문지는 보통 다른 성보다 넓고 크다. 문 폭이 약 3.8m라고 한다. 치성의 보수한 성벽도 웅장해 보였다. 남문지 높은 장대 위에서 멀리 옥천에서 문의를 거쳐 청주에 이르는 길이 다 보였다. 동으로 개머리산성이 바로 코앞이고 개머리산성에서 남으로 질현성과 고봉산성의 능선이 보인다. 또 북으로 마산동산성, 노고산성, 성치산성의 산줄기가 뻗어 있다. 개머리산성에서 동으로 호수를 건너뛰면 백골산성이고 그 바로 뒤편이 고리산성이다. 바라보니 개머리 산성이 이어지는 성 줄기의 사거리가 된다. 그런 개머리 산성을 다 내려다보고 있다. 과연 요새라고 할만하다. 지금은 호수 밑에 들어가 있지만 저 길은 삼국 시대에 고구려, 신라, 백제가 다 차지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 산성이 그렇게 많은가 보다.

계족산성은 산마루의 너비가 좁고 남북으로 길쭉하다. 테메식 산성이지만 산봉우리를 둘러 싼 것이 아니라 서쪽은 산마루 가까이에 그리고 동쪽 성벽은 산마루에서 거의 50m 쯤 기슭으로 내려가 쌓은 타원형으로 보였다. 동남쪽 성벽 위로 가보았다. 여기서 테메식 산성이라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동측 성벽은 비탈진 동쪽 사면에서 북쪽으로 기어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멀리서 보아도 복원 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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