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무술(戊戌)년 여름 유난히 길었던 폭염은 인류 재난급 수준이다. 각종 기록과 기상청에 따르면 기상관측이 시작된 1917년 이후 가장 더웠던 해이고 1994년 보다 더한 ‘가마솥 더위'가 최대 50일을 달성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얼마나 더웠으면 나라에서 에어컨 가동을 장려하며 전기료 누진세를 완화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폭염(Heat wave)이 인재(人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더욱 밝혀지고 있다. 친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녹지가 없는 도시개발 등은 사람의 편리에 의해 만들어 낸 원인제공자이기도 하다. 산업혁명 이후 석탄·석유·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가 한 때는 경제성장의 동력이었지만 이러한 필수 에너지원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오늘날 온실가스 중 많은 양을 차지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도시는 물론 시골의 농로까지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고 열 흡수율이 저조한 아파트와 각 가정에서 발산하는 전기에너지는 지구열을 덥히는데 일조  하고 있다. 현재 인류는 지하철, 해저터널, 산 중턱을 질주하는 고속도로, 점점 증가하는 비행기 운행과 같이 땅 속에서 공중까지 복사열과 전기에너지를 발생하는 등 자연이 지닌 자정 능력을 초월하고 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개발도 중요하지만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공존을 해야 하는데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는 복구할 수 없는 사태를 조장하고 있다. 도시 하천은 물론 농촌의 도랑까지도 시멘트로 포장되고 시원스런 수양버들조차 사라지는 삭막한 환경에서 태양 복사열은 폭염을 조장하고 홍수 피해로 이어져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도심 녹지공원 개발도 인위적 조성에만 급급해  자연환경과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산업기술 또한 폭염과 같은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폭염 지속에 대비해 철로는 물론 도로 포장재의 내구성 강화는 물론 생활필수품과 건축기술 등에도 적용해 최소의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  

생활문화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현실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특히 여름철 남학생들의 긴바지 교복과 남성 직장인들의 복장 자율화에 따른 패션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효율성 외에 건강을 위해서도 보수적인 사회적 통념을 완화할 수 있는 페미니즘 운동으로 공론화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돼야 할 시점이다. 자연림을 무분별하게 파괴하면서 개발한 아파트 단지와 하천 복개 등 환경영향 평가가 미약한 도시재생 사업은 생태계의 주요한 파괴 요인이 되고 있다. 자연과 친화 될 수 있는 수목을 특히 사람이 사는 곳마다 더욱 풍성하게 식재해 지구온난화에 대처하는 도시 저변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원인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야 하겠다.

기상이변은 과거에는 하늘의 일이라 해 속수무책으로 가장 치명적일 일을 겪었지만 천재(天災)는 인재(人災)의 영향력도 작용하고 있어 충분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보여 진다. 폭염이 사그라지기 무섭게 태풍 솔릭의 상륙으로 막대한 재난피해를 사전에 방지해야 할 시점이다. 향후 정부차원에서 폭염을 비롯한 홍수피해 등을 자연재난으로 규정하고 전 영역에 걸쳐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전략 시스템 구축이 강화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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