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한안국(韓安國)은 기원전 150년 무렵 양(梁)나라 사람이다. 양나라 효왕(孝王) 때 관리로 등용되었다. 얼마 후 오초칠국의 반란이 일어나자 한안국이 군대를 통솔하여 이를 평정하였다. 이 공로로 효왕의 총애를 받아 직위가 높아졌다.

효왕은 한(漢)나라 황제인 효경제의 친동생이다. 어머니 두태후(竇太后)의 총애를 믿고 황제를 흉내 내어 양나라의 고위관리를 제 마음대로 임명하였다. 이에 효경제가 불쾌하게 여겼다. 어머니 두태후가 이를 눈치 채고 효왕을 꾸짖었다. 그러자 효왕이 벌을 받을까 두려워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안국을 한나라에 사신으로 보냈다. 이때 한안국이 황제의 누이인 대장공주(大長公主)를 알현하고 호소하였다.

“이전에 오초칠국의 반란이 일어났을 때 저희 양나라는 한나라 황실과 친하다는 이유로 유독 큰 고통을 당하였습니다. 하지만 효왕께서는 도리어 황제를 걱정하여 장수들에게 반군을 꼭 격퇴하도록 명하셨습니다. 효왕의 이런 정성으로 반란군은 감히 한나라로 들어가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습니다. 작금에 두태후께서는 효왕을 책망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효왕은 아버지와 형님이 모두 황제였기에 어려서부터 듣고 본 것이 모두 성대한 것뿐입니다. 그런데 그 행동을 금하라고 하시니 그것이 어찌 단 시일에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까. 효왕께서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신하로서 충성을 다하는데 어찌 그리도 몰라주시는 것인지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대장공주가 이 말을 두태후에게 전하였다. 그러자 두태후가 이를 황제에게 전하였다. 황제가 이를 전해 듣고는 마음속의 응어리가 풀어지고 말았다.

얼마 후, 한안국이 뜻하지 않게 법을 위반해 감옥에 수감되었다. 그곳 옥리 중에 전갑(田甲)이라는 자가 한안국에게 고통을 주고 모욕을 하며 무례하게 굴었다. 한안국이 어쩔 수 없어 이를 꾹 참으며 말했다.

“어찌 불이 꺼진 재라고 다시 타지 않겠느냐!”

그러자 옥리 전갑이 비웃으며 말했다.

“네 놈이 다시 탄다면, 내가 즉시 거기에다 오줌을 누어 꺼버리겠다!”

얼마 후, 한나라 황실에서 반란을 평정한 공로로 한안국을 내사에 임명하였다. 비로소 죄수의 몸에서 풀려난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옥리 전갑이 목숨이 위태롭다고 여겨 황급히 달아났다. 그러자 한안국이 내사 관리들에게 포고를 내렸다.

“당장 전갑이 복귀하지 않으면 그의 일족을 모두 멸한다고 알려라!”

며칠 후 전갑이 돌아와 한안국 앞에서 바짝 엎드려 사죄하였다. 그러자 한안국이 웃으면서 말했다.

“어디 소변을 볼 테면 보거라. 하찮은 네놈과 내가 무엇을 따지겠느냐.”

하고는 전갑의 이전 죄를 용서해주었고 더욱 잘 대우해주었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열전(史記列傳)’에 있는 이야기이다.

사회부연(死灰復燃)이란 사그라진 재에 다시 불이 붙는다는 뜻이다. 세력을 잃었던 사람이 다시 세력을 얻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정치권에 올드보이들이 귀환했다. 이번에는 제발 뻥치지 말고, 옛날의 소중하고 뼈아픈 경험을 되살려 멋진 대한민국 만들기에 일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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