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필자는 청소년 건전육성을 위해 한 때는 야영장에서 연구사로 적이 있었다. 교육청에서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호연지기의 기상을 함양하고 사회성과 협동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학생야영장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천막치고, 취사하는 곳을 ‘영지’라고 한다. 영지는 야영장의 핵심이다. 영지에는 숲이 무성해 시원한 바람이 불어야 한다.

필자는 옥천학생야영장 영지의 플라타나스를 가꾸면서 소중한 체험을 했다. 야영장이 당초 강변에 산을 깎아서 조성한 관계로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황토 진흙 토질은 돌과 같이 딱딱했다. 여기에다가 플라타나스 묘목이 아닌 통나무 100여개를 충북교육청 직원들이 곡괭이로 돌덩이 같은 땅을 파서 물을 주고 심은 것이다. 필자는 온갖 정성을 다하고, 심혈을 기울였다. 새벽에 눈만 뜨면 물 호스를 끌고 영지로 달려갔다. 한 그루 한그루 물을 주다보니 영지의 플라타나스들을 모두 다 외울 수 있었다. 집에 와도, 길을 가다가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것이 플라타나스였다. ‘지성감천’이었던가! ‘관심과 사랑’ 때문이었던가? 플라타나스의 생명력이 놀랍고 신비롭기만 했다. 통나무를 심은 나무가 하나도 죽지 않고 나온 싹이 1년 만에 1m씩 무성하게 자랐다.

모든 생명은 소통과 교감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모든 생명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 모든 생명은 우주적 실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교훈을 사실을! 만법귀일(萬法歸一)이라! 사람이나 식물이나 사는 이치도 하나라! 3년이 되니 플라타나스는 영지 안에 그늘이 꽉 차서 시원한 바람과 즐거운 야영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청주IC에서 청주로 진입하는 가로수 길은 우리지방 청주의 자랑이다. 항주(杭州)의 서호(西湖) 플라타나스는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예로부터 플라타나스는 미세 먼지 등 공기를 정화시키고, 나아가 토양도 정화시키는 ‘정토수(淨土樹)’라고 부른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클라테스는 이 나무 아래서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인간에겐 세 가지 고귀한 액체, 피와 땀과 눈물이 있다. 피는 용기를, 땀은 노력을, 눈물은 정성을 상징한다. 어느 날 필자는 야영장을 찾아보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고, 억장이 무너졌다. 두 눈에선 눈물 저절로 나왔다. 땀과 눈물로 가꾼 그 플라타나스!  꽃가루가 사람들을 괴롭힌다고! 나뭇잎이 무성해 시야를 가린다고! 낙엽을 치우기가 귀찮다고! 아름드리 고목을! 무자비하게 잘라 버리고 말았다. 그 이후 그 야영장에 가기 싫었다. 

꽃가루는 5월 한 달만 참으면 된다. 그 대신 미세먼지는 플라타나스가 얼마나 막아주고 정화시켜 주는가를 생각해 보았는가? 사상 초유의 혹독한 폭염, 지구온난화, 사막화, 미세먼지 등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가 됐다. 이들 문제를 완화 시켜주는 것이 플라타나스라고 필자는 주장한다. 플라타나스를 예찬한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무자비하게 자르지 말자! 길거리마다 플라타나스 거리를 복원하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