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내가 살고 있는 이웃에 편의점이 새로 생겼다. 원룸주택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들어섰기 때문이다. 외국인을 비롯해 인구밀도가 크게 늘어 많은 근로자들이 편의점을 이용했다. 편의점 주인 K씨는 매출이 늘어 연일 싱글벙글 신이 났다. 혼자하기에 벅차 알바 2명을 두고 임금도 최저임금 이상으로 올려주었다.

이러한 호황 속에 갑자기 편의점 2곳이 더 생겼다. 서로 경쟁이 붙어 물건 값을 앞다투어 내리니 고객들은 한 푼이라도 싼 곳으로 몰리게 되고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했다. 손님을 끌기 위한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편의점 주인 K씨는 경영수지 악화로 알바 1명으로 줄였지만 올려주었던 임금은 최저임금인상에 따라 내릴 수도 없었다.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를 주고나면 주인 월수입은 알바임금만도 못했다. 그렇다고 편의점을 집어치울 수도 없다. 5년간 임대차계약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울상이다.

우리나라의 편의점 수는 3만5천977개(2017년말 기준)로 편의점 왕국이라 할 만큼 늘었다. 2013년부터 매년 16.6%이상 급격히 증가했다가 지난해부터 연속 감소추세에 있다. 이런 현상은 편의점만이 아니다. 은퇴 후 누구나 손쉽게 개업하던 치킨점도 가맹점의 횡포로 눈물을 머금고 폐업하는 일이 많았지만 좋은 일자리만 있다면 굳이 치킨점을 했겠는가.

매일같이 골목길을 누비며 물건을 배달하는 택배기사도 택배회사에 직접고용이 아니고 배송 비 건당 2천500원 중 배송 수수료 1건당 800원만 받는 구조인데 차 운영비, 수리비, 기름 값, 보험료 모두 기사부담이라니 지나치게 값싼 노동력을 소비하고 있는 것 아닌지….

또 아파트경비원도 최저임금인상이 적용되면서 주민들은 경비원을 해고하고 무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냉엄한 현실이 저임금 근로자를 슬프게 한다. 술, 밥장사도 김영란법,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줄을 섰던 손님이 뚝! 살길이 막막하다고 언제나 소비가 살아날지 걱정이 태산이란다.

상품전략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 폐업한 사람은 90만8천76명에 이르고 외환기 당시 65만명 보다 훨씬 많다. 이는 기업에 고용된 근로자에서 이탈한 ‘생계형 창업’으로 자영업자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도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한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국민의 혈세로 메우는 악순환을 멈추고, 정책의 방향을 틀어 기업성장의 효과를 극대화 해야한다. 그 길만이 소비도 늘고 좋은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 내는 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영세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눈물도 닦아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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