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주나라 무왕은 부정부패한 상나라를 멸하고 천하의 패권자에 올랐다. 하지만 아쉽게도 천하가 안정되기도 전에 그만 병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무왕의 뒤를 이어 성왕이 즉위하였다. 하지만 성왕은 나이가 너무 어려 국정을 맡을 수 없었다. 게다가 각 지역의 제후들이 혹시라도 배반할까 두려워 신하들은 왕실의 안정을 가져올 인물을 찾았다. 결국 논의 끝에 무왕의 동생인 주공 단을 왕의 대리인으로 하여 섭정하도록 했다. 주공 단은 이전에 무왕을 도와 상나라 정벌에 공을 세운 공신이었고, 주나라 건국 후에는 왕실에서 국정을 관리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전에 무왕은 상나라 마지막 왕의 아들인 무경녹보에게 벼슬을 내려 상나라 유민들을 잘 다스리도록 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동생인 관숙과 채숙으로 하여금 무경녹보를 보좌하도록 파견했다. 이는 혹시라도 반란을 획책하지 않나 관리감독을 잘하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무왕이 죽고 주공 단이 섭정을 한다는 소식에 관숙과 채숙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자신들이 주나라 왕실의 주역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 늘 불만이었다. 그래서 주공 단을 내치고 이번 기회에 자신들이 권력을 쥐고자 했다. 먼저 음모를 꾸며 유언비어를 무차별 살포하였다.

“주공 단은 머지않아 성왕을 시해하고 왕의 자리에 오를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무경녹보와 결탁하여 반란을 모의하였다. 며칠 후 각종 유언비어가 주나라 왕실로 날아들었다. 성왕과 조정 신하들 이 소식을 듣고 곧바로 주공 단을 의심하였다. 이때 주공 단은 일절 변명하지 않았다. 깨끗이 자리에서 물러나 자신의 봉토인 노나라로 떠났다.

이때를 기회로 관숙과 채숙이 드디어 반란을 일으켰다. 조정 신하들과 성왕은 당황스러웠다. 그때서야 자신들이 유언비어에 속았음을 깨달았다. 성왕은 우연히 왕실 보관함을 열다가 축문을 하나 발견했다. 그 내용은 이전에 성왕이 병을 앓은 적이 있었다. 그때 주공 단이 걱정이 되어 황하에 가서 물의 신에게 자신의 손톱을 잘라 던지며 축원했던 것이었다. 성왕은 이를 읽어보고 그만 크게 후회하였다.

“왕이 아직 어리고 배운 바가 없으니 나라의 모든 우환과 잘못은 저 주공 단에게 있습니다. 그러니 저를 벌하시고 왕의 병을 조속히 낫게 해주십시오!”

성왕은 즉시 주공 단을 왕실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군대를 이끌고 반란군 토벌에 나설 것을 명하였다. 주공 단이 명을 받들어 군대를 출정시켰다. 대의명분을 외치며 반란군 공격에 나섰다. 반란군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무참히 패하고 말았다. 반란군 주모자 관숙과 무경녹보는 그 자리에서 목이 달아났다. 채숙은 변방으로 추방되었다. 성왕은 이때의 일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지난 일을 가슴 깊이 새겨 훗날에는 결코 후환이 없도록 하리라!”

이후 주공 단은 성왕이 성인이 신하의 자리로 물러났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세가(史記世家)’에 있는 이야기이다. 징전비후(懲前毖後)란 이전에 징계를 받았으니 훗날에는 조심한다는 뜻이다. 한 번 실수하면 이를 가슴에 새겨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나라다운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이전의 악습을 뜯어고쳐야 한다. 그중 특권의식과 권위주의를 없애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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