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182년 후한(後漢) 말기, 환관들이 권력을 쥐자 정치는 어지러워졌고 부정부패는 더욱 심해졌다. 백성들은 굶어죽는 일이 허다했고 천하민심은 흉흉해져 사방에서 도적들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이때에 장각(張角)이란 자가 이상한 종교를 만들어 스스로 대현량사(大賢良師)라 칭하고 백성들의 병을 고쳐주며 민심을 얻었다. 마침내 신도 수가 수백만에 이르자 장각은 스스로 황제가 되고자 난을 일으켰다. 장각의 신도들은 모두 머리에 누런 두건을 두르고 있어 황건적이라 하였다. 장각의 군대가 유주 지역을 향해 쳐들어갔다. 태수 유언이 이를 전해 듣고 황급히 의병을 모집하는 방문을 내걸었다. 이 방문이 탁현의 읍내에도 내걸렸다.

탁현에 살고 있는 평범한 청년 유비(劉備)는 본래 한나라 황제의 후손으로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를 지성으로 섬기는 효자였다. 집안이 가난하여 짚신을 삼아 내다파는 처지였다. 그날도 짚신을 팔러 장에 나갔다. 사람들이 몰려있어 가보니 군사를 모집한다는 방문이었다.

유비가 그 방문을 보고 자신의 처지가 가난한 것을 한탄하며 돌아섰다. 그러자 옆에서 방문을 읽고 있던 늠름한 체구의 장비라는 청년이 어깨를 치며 말했다.

“대장부가 되어 나라를 구할 생각은 않고 어찌 한숨만 그리 내쉰단 말이오?”

“내가 당장에라도 나라를 위해 도적을 무찌르고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고자 하나, 지금 내게는 그럴 힘이 없어 한탄한 것이오.”

그러자 장비가 호탕하게 웃으며 제안하였다.

“이보시오. 내게 고을 안의 용사들을 모집할 수 있는 재산이 좀 있소. 그러니 나와 함께 큰일을 해보는 것은 어떻겠소?”

유비가 그 말에 흔쾌히 찬동하였다. 둘은 주막에 들어가 술을 나누며 천하대사를 논하였다. 그때 기골이 장대한 관우라는 청년이 주막에 들어서며 음식을 청했다.

“유모! 내가 의병에 응하고자 유주에 가야 하니, 서둘러 밥과 술을 내주시오!”

유비가 그런 관우를 불러 장비와 논한 것을 이야기 했다. 그러자 관우가 크게 기뻐하며 자리를 함께 했다. 세 사람은 자신들의 특기와 용사를 모집하는 것과 나라를 구하는 일을 이야기하고 뜻을 합쳐 장비의 집으로 이동했다. 집 뒤뜰에 복숭아꽃이 한창 피었다. 셋은 그 자리에서 하늘에 제사를 올리며 의형제를 맺었다.

“저희 세 사람 유비, 관우, 장비는 비록 성은 다르오나 의를 맺어 형제가 되기로 하였습니다. 이후로 마음과 힘을 합쳐 위로는 나라를 구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편하게 하고자 합니다. 비록 저희가 같은 날 태어나지는 못했으나 같은 날에 죽기를 원합니다. 결코 의리를 저버리게 하지 마시고 은혜를 잊지 않게 하옵소서. 만일 그런 자가 있다면 하늘이 벌하여 주시옵소서!”

맹세를 마치고 유비가 형이 되고, 관우가 둘째, 장비가 셋째가 되었다. 이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있는 이야기이다.

도원결의(桃園結義)란 친한 친구와 의형제를 맺거나, 뜻이 맞는 사람과 옳은 일을 이루기 위해 서약하거나 합심하는 것을 말한다. 친구가 없으면 인생이 무료하다. 하지만 열매 맺지 못하는 꽃은 심지 말아야 하듯이, 의리 없는 친구는 결코 사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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