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책꽂이]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1-3’
[시인의 책꽂이]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1-3’
  • 충청매일
  • 승인 2018.07.1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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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미학! 어떤가요? 이 말이 혹시 낯설지 않은가요? 아마도 낯설지 않은 말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30년 전에 이 말은 정말 낯선 말이었습니다. 제가 이 말을 처음 들은 것은 스무살 무렵입니다. 그때 유신정권의 희생양이 된 김지하 시인의 약력에서 서울대 미학과라는 말을 듣고서 이게 뭘 배우는 학과인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린 적이 있습니다. 몇 년 뒤 대학에 들어가서 교양 과목을 듣다 보니 미학이라는 말이 철학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실제로 대학 교양과목으로 예술철학을 배우기도 했는데, 바로 이 예술철학이 미학에 가장 가까운 근접갈래였습니다.

미술은 예술이지만, 미학은 철학입니다. 아름다움을 놓고서 '술'로 대하느냐 '학'으로 대하느냐 그 차이입니다. 미술은 행위이지만, 미학은 사유입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좀 이해하기 편할까요? 어쨌거나 미학은 철학이고, 철학은 인간의 생각을 추적하고 논리화하는 일이기 때문에 미학은 아름다움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생각하고 표현해왔는가 하는 것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미술사하고도 많이 연관되는 부분이지만, 미술사가 작품 중심으로 서술해나간다면 미학은 그런 작품들을 가능하게 했던 그 무렵 사람들의 생각과 사상의 흐름을 중심으로 서술해나갑니다.

아름다움은 논리라기보다는 직감의 세계입니다. 그것을 논리로 풀어내려고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모순된 듯도 한데, 아무리 직감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표현을 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생기는 것이 미술사조이고, 그런 생각의 흐름이 겉으로 드러나면서 만들어내는 생각의 틀을 미학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예술작품들은 이런 미 의식이 만들어낸 것들이죠. 그러니 미술 작품보다 미술을 어떻게 생각했는가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세계를 다루는 것이 미학이죠. 예술을 논리화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그런 생각들을 짜임새있게 정리해 설명해준 책으로는 이 책만한 것이 아직 없습니다. 한 번 읽어보 만합니다. 미술을 통해 형성된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미학은 철학입니다. 철학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처음으로 철학을 한 사람은? 소크라테스! 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크라테스는 광장에서 사람들에게 선언했습니다. 즉 그리스 최고의 미남은 자신이라고 말입니다. 그 근거는 이랬습니다. 눈은 사물을 보려고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움푹 들어가기보다는 튀어나와야 좋은 것이다. 코는 냄새를 맡는 것이다. 따라서 구멍이 크고 잘 보여야 한다. 입은 먹는 것이다. 따라서 크고 이빨이 앞으로 튀어냐와야 한다. 귀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러므로 바가지처럼 오목해야 한다.

이런 주장에서 떠오르는 동물이 하나 있습니다. 뭘까요? 원숭이죠? 그렇습니다. 왕방울 눈에 들창코에 튀어나온 이빨. 소크라테스는 그렇게 생긴 자신이 그리스 최고의 미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 주장을 반박하는 것에서 인류이 미학이 출발합니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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