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혜정 청주서원도서관 사서

 

책 표지가 눈길을 끄는 책이다. 머리띠를 하고 있는 남자도 있고, 수염이 난 여자, 귀걸이를 한 남자가 그려져 있다. 책 표지는 저자의 메시지를 담아내기 마련인데, 저자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이 책은 ‘젠더’라는 문제를 남녀 간의 사랑, 직업, 가족의 구조나 모성, 일, 외모, 여성혐오문제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쉬운 설명과 문장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책의 앞부분에 ‘젠더’의 개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젠더란 사회문화적으로 만들어지는 성을 부르는 말로 그 단어 자체로 여성성과 남성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젠더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여러 가지 담고 있다.

우리는 흔히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 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실제로 조카들과 함께 작은 필기구라도 사러 가면, 7살짜리 여자조카는 무조건 분홍! 5살짜리 남자 조카는 파랑! 이라고 외친다. 도대체 누가 정한 걸까?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진 역사는 100년도 되지 않았고, 오히려 예전에는 분홍색은 남성적인 색으로 남성의 권력과 힘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 되었고, 파란색은 여성적 색으로 정절을 상징하는 색 이었다고 하니, 시간이 흐르면서 분홍색과 파란색의 상징적 의미가 변했을 뿐 이라는 것이다. 즉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는 것이 아니며, 여자아기들이 분홍색을, 남자아기들이 파란색을 좋아하는 것은 우리가 이야기를 통해 접하고 어른들을 통해서 접하고 시간이 흐름으로써 관념화 된 것이라는 것이다.

요즘 기사에서 우리가 심심치 않게 접하는 이슈, 성별논쟁에 대해서도 책에서는 다루고 있다. 책에서 저자는 “성역할에 불만이 있고 불편한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감정과 경험을 나누고 함께 고정된 성 역할에 저항하고, 하나씩 바꿔나가야 한다” 고 말한다.

책에서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언급한 부분에서는 특히 많은 공감이 갔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영화나 드라마, 광고나 SNS 등 거의 모든 매체는 우리에게 만들어진 고정관념을 주입시킨다. 여자주인공은 능력 있고 잘생긴 남자를 만나 행복해지고, 이러한 획일적인 스토리는 실제로 많은 여성과 남성의 행동을 통제한다. 개개인은 모두 취향이 다르며 다들 저마다의 개성이 있다는 당연한 명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책장은 쉽게 넘겨졌지만 읽은 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나의 ‘젠더 의식’ 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내게 오랫동안 잊혀졌던 젠더 의식을 일깨워 주기도 했다.

지금 사회 많은 부분이 변화되어가고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하고 당연히 여겨왔던 수많은 부분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이야기 나누면 좋을 듯하다. 남성성이나 여성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그것이 나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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