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보는 식견
[김치영의 고전 산책]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보는 식견
  • 충청매일
  • 승인 2018.07.0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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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 사람을 보는 관점이 있다. 그 중 하책은 자신의 주관적 판단이다. 자신의 관점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다. 자신과 비슷한 유형은 장점을 쉽게 알아보지만 자신과 다른 유형은 장점을 보지 못한다. 이런 주관적 판단을 넘어서면 수준이 중책에 이르게 된다. 바로 경험의 유무이다. 경험이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람 보는 안목이 높다. 이는 많은 실패를 통해서 얻은 교훈 때문이다. 하지만 중책은 자신의 경험만을 강조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경우를 무시할 수 있다. 그래서 경험을 넘어서는 수준이 바로 상책이다. 상대를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나와 다른 사람의 장점을 알아보는 것이다.

삼국시대의 제갈량은 덕망(德望)을 등용의 기준으로 삼았다. 덕이란 사적인 이익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다. 제갈량 자신은 문인이고 선비였기에 문사를 존중하고 무사를 아래로 여겼다. 그러다보니 제갈량이 등용한 자들은 대부분 촉나라에 충성하는 청렴한 선비들이었다. 작은 촉나라가 거대 강국 위나라에 반세기가 넘도록 대항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촉나라 군주 유비는 제갈량과 인사의 기준이 달랐다. 그는 용맹을 우선으로 두었고 지략을 다음으로 여겼다. 전략 군사요충지인 한중 지역 태수를 발탁할 때 모두들 장비가 맡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유비는 뜻밖에도 무명인 위연(魏延)을 발탁했다. 그러다보니 뒷말이 무성했다. 유비가 위연에게 물었다.

“그대는 한중 태수의 중임을 어떻게 해낼 작정이오?”

위연이 당당하게 말했다.

“조조가 천하의 모든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온다고 해도 촉나라를 위해 격파할 것이고, 조조의 휘하 장수가 10만 아닌 백만 병력을 이끌고 쳐들어온다고 해도 섬멸할 것입니다. 이는 모두 대왕을 위한 것입니다.”

위연의 이 기백 넘치는 답변에 더 이상 뒷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후 위연은 뛰어난 전쟁 수완으로 승진을 거듭하였고, 제갈량의 북벌에 참여하여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제갈량은 위연에 대해 유비와 다른 생각이었다. 제갈량은 신중한 사람이었다. 반면에 위연은 모험적이어서 둘은 성격이 맞지 않았다.

한 가지 예로 위연은 자신이 북벌에 참여했을 때 위나라의 무능한 장수 하우연이 장안의 수비를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제갈량에게 장안을 점령할 수 있다고 계책을 내어놓았다. 하지만 제갈량은 이를 위험한 공격이라 하여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후로 위연은 제갈량을 겁쟁이라고 평했고 더 이상 자신의 능력이 펼칠 곳이 없음을 한탄하였다. 이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있는 이야기이이다.

인사불상(人事不祥)이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일반적인 세 가지 실수를 뜻한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자신보다 어른을 함부로 대하는 것, 비천하고 궁색한 사람이 부유하고 지체 높은 이들을 함부로 욕하는 것, 배움이 없는 자가 현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함부로 아는 체 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과 다른 유형의 인재를 알아본 군주는 역사적으로 크게 성공하였다. 하지만 측근만 챙긴 군주는 불행하게 마쳤다. 그래서 나랏일에는 인사가 만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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