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책꽂이]황견 ‘고문진보’, 동양고전역주총서12
[시인의 책꽂이]황견 ‘고문진보’, 동양고전역주총서12
  • 충청매일
  • 승인 2018.07.0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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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조선시대의 교육은 유학으로 정신을 무장한 선비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서당에서 공부하고 지역 대학인 서원에 들어갔다가 중앙대인 성균관에 입학해 공부하는 것이 엘리트 코스였습니다. 시골의 서당은 그 첫걸음인 셈입니다.

서당 교육은 천자문부터 시작을 합니다. 사자소학과 동몽선습을 배운 다음에 소학을 떼고 사서삼경으로 들어갑니다. 책을 한 권 마칠 때마다 책거리라는 간단한 기념식을 하는데, 떡을 해와서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과 나눠먹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과목들은 사상 교육이기 때문에 교육의 핵심을 이루지만 지겹고 힘듭니다. 단순히 이론만 배우는 게 아니라 마음을 다지고 생각과 행동을 하나로 꿰는 언행일치를 배우기 때문에 더더욱 힘듭니다. 그래서 그 사이사이에 말랑말랑한 교양과목을 배웁니다. 그때 배우는 교양과목은 서당 훈장님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문학과 역사입니다. 말랑말랑하다고 표현했지만,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죠. 그래도 심성수련과 결부된 사서삼경보다는 훨씬 더 재미있죠. 그리고 그 주변에 천문, 명리, 풍수 같은 것이 포진합니다.

역사에서 삶의 교훈과 처세술을 얻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통감이라는 책을 읽습니다. 사마광의 자치통감을 말합니다. 송나라 사마광이 역대의 역사 중에서 중요한 부분만 간추린 책입니다. 그것을 읽으면서 세상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기 것으로 만듭니다.

문학은 좋은 시구절을 뽑아서 책으로 엮은 추구집으로 시작해서 고문진보에 이릅니다. 고문진보를 마치면 굳이 더 가르칠 것이 없습니다. 그 안의 글을 보고서 좋아하는 문인의 책을 사서 읽으면 되죠. 따라서 고문진보는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문학에 접근하는 통로 노릇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의 문학과 감수성을 이해하려면 고문진보를 꼭 읽어야 합니다. 고문진보를 읽고 나면 마치 시골길을 걷다가 거대한 백두대간을 종주한 듯한 느낌이 납니다. 그 만큼 거대한 세계가 그 안에 웅장하게 펼쳐집니다.

고문진보를 읽고 나서, 우리 나라에는 어떤 작품이 있는가 궁금해지는 사람들은 ‘소화시평’이라는 책을 베껴서 읽었습니다. 조선시대 필사본으로 가장 유명한 책입니다. 우리 조상들의 작품 중에서 좋은 것을 뽑은 책입니다.

고문진보는 옛날의 문학 교과서였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번역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성백효의 것을 추천합니다. 다른 것은 번역을 한 사람의 설명이 달렸는데, 이 책은 설명을 될수록 피하고 원문을 충실하게 번역했습니다. 그래서 한문과 대조를 해가면서 읽는 데는 이 책만한 것이 없습니다.

이 책의 차례를 주욱 훑어보면 여러 가지 갈래를 가리키는 말이 나옵니다. 그런 갈래를 모두 정리하고 설명한 책이 있습니다. ‘문심조룡’이 그것입니다. 중국 문학의 갈래가 궁금하면 이 책을 읽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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