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석 한국교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도인 파머는 현재 옥스퍼드 대학교수로, 복잡계를 경제학에 도입했을 때의 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이미 수학을 기반으로 하는 생각이 넘쳐나지만 파머는 그것이 일반적으로 특정한 거래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1981년에 UCLA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뉴멕시코 주에 있는 산타페 연구소에서 일했다. 예측에 관련된 연구 작업은 룰렛 알의 경로에서 끝나지 않고 금융에 관심 갖게 됐다. 룰렛 회전을 예측하던 그는 몇 년 지나지 않아 주식 시장의 동향을 예상하는 사람이 됐다. 카오스 이론에서 비롯된 개념을 금융 분야에 적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물리학과 금융을 혼합하는 일은 엄청나게 성공적인 것으로 입증됐고 그는 8년 동안 그곳에서 일하다 학교로 돌아가기로 했다.

사람들은 금융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서 또는 특정한 거래와 관련된 위험을 측정하기 위해서 수학을 이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호작용이 어떻게 함께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자동 프로그램이 사람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면 경제 전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그리고 상황이 잘 안 풀리게 됐을 때에는 무슨 일이 일어 날 수 있을까?

심각한 시장 장애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대체로 한 가지 주요한 원인이 되는 사건이 있다. 온라인 뉴스를 샅샅이 뒤지면서 경쟁회사보다 앞서서 정보를 이용하려 하는 자동 프로그램들은 이 내용을 인식하고 나서 거래를 하기 시작 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 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제는 사람들이 하는 역할이 더 많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이다. 언론사 사무실에서는 알고리즘이 보고서들을 글로 변환하고, 거래소에서는 알고리즘의 동료 로봇들이 이 글에 나오는 내용을 활용해서 거래를 판단한다.

거래업자들이 트위터 글이든 대규모 판매 주문이든 큰 사건에 대응하면 시장 활동을 감시하는 고속 알고리즘들은 그것에 강하게 주목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주식을 판매하면 고속 알고리즘도 따라한다. 주가가 급락할 때 프로그램들끼리 서로 따라 해서 가격을 더욱 내려가게 한다. 시장은 극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미인 대회로 바뀌는데, 뽑힐 가능성이 낮은 참가자를 고르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상황이다. 따지고 보면 알고리즘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속도보다도 빠르게 돌아갈 때는 누가 먼저 움직일지를 알아내기가 힘들다.

마이애미 대학교의 학자들이 2006년부터 2011년까지의 주식시장 데이터를 살펴보니 1초도 지나지 않아 주가가 급락하거나 급등했다가 다시 회복하는 초고속 극한 사례가 수천 건이 발견됐다. 이 연구를 이끌었던 닐 존슨은 이러한 사건들은 기존의 금융 이론에서 다뤄지는 상황들과는 그 차이가 굉장히 크다고 했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실시간으로 개입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인간 대신 로봇으로 구성된 초고속 환경이 등장해서 상황을 통제하게 되죠.”

최근 몇 년간 금융시장과 베팅 거래소에서 돈을 쓸어가는 알고리즘 수가 크게 증가하는 모양새다. 이는 확률론과 차익거래 등의 아이디어를 오랫동안 공유해 온 두 업계를 연결해주는 가장 최근의 현상이다. 오늘날 금융과 겜블링의 경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모호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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