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승 청주시방과후아카데미청소년지도사

청소년은 참 애매한 시기이다. 애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은 아닌 단계, 조금 다르게 표현하자면 자신의 목소리는 점점 내고 싶어하지만 자신이 낸 목소리에 책임은 지기 어려운 시기가 아마 청소년기가 아닌가 싶다.

‘더키움 선거교실’을 시작하게 된 것은 청소년들이 ‘책임질 수 있는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우고, 배운 것을 실천하는 공동체가 얼마나 건강하고 발전할 수 있는지 느끼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들은 애야’, ‘애들은 뭘 몰라’ 라는 뭇 어른들의 선입견에 ‘아니요. 애들도 할 수 있습니다. 가르치지 않은 것 뿐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가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더키움 선거교실’을 시작하게 되었다. 선거교실의 첫 번째 주제는 선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를거라고 생각했던 청소년들은 선거에 대해 이미 많이 알고 있었다. 우리의 의사를 대변하는 대표를 뽑는 것이라는 강조와 함께 모의선거도 진행했다. 모의투표소를 설치하고, 후보자가 공약을 발표하는 시간을 거치고 나니, 모두들 누구를 뽑아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재미삼아서 한번 해보는 입후보가 사라지고 공약 발표는 단순히 친구를 웃기는 시간이 아니라 진지하게 또래의 시선에서 우리 공동체의 필요성들을 짚어내는 등 선거의 순기능에 대해 익힐 수 있었다.

두 번째 교육은 올바른 토의의 방법이었다.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세우기보다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우리 공동체를 위한 해결방안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수업 후 포스트잇에 가득 적힌 의견을 읽어보니 감탄이 나올 정도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야기들이 가득 적혀있었다. 그리고 이런 수업을 통해 나온 의견을 실제 학교 운영에 적극 반영하니 청소년들은 본인들이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세 번째 교육은 정당과 공약 만들기였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그리고 사람들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정당과 공약을 만들기 위해 청소년들은 고민하고 열심히 선거 포스터를 꾸미기 시작했다. 재밌으면서도 참 청소년다운, 그러나 정말 생각한 흔적이 곳곳에 보이는 공약들이 나타났다. 이러한 일련의 수업을 통해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청소년들의 대화 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작년 ‘1987’이라는 영화가 큰 화제가 되었었다. 민주적인 선거가 정착되기 위해 많은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그 ‘제도’를 이룩했다면, 이제는 ‘문화’를 만들어야할 때가 됐다. ‘더키움 선거교실’을 통해 더 많은 청소년들이 ‘민주적인’ 것들에 대해 배우길 바란다. 그리고 그 청소년들은 점점 성장하고, 성인들은 그 청소년들을 보고 또 배운다면 분명 이 사회는 더욱 더 ‘민주적인’ 문화로 발전된 사회가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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