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청주시 청원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공직으로 가는 좁은 길을 통과했다는 기쁨도 잠시, 임용장을 받자마자 바로 근무지로 향했다. 처음 배우는 일들이라 모든 것들이 생소했고 힘들었다. 업무에 대해 선배님들께서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다. 노트에도 적어 놓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나면 리셋 상태가 되는 머리에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되물을 때마다 바쁘신 와중에서도 친절하게 다시 설명해 주는 동료들의 배려와 인내로 서서히 업무 시스템과 일에 적응해갔다. 특히 동기가 바로 옆 팀에 배치돼 고충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가 있어서 의지가 됐다.

임용된 지 이제 갓 한 달이 지났지만 몇 가지 문제의식이 나 스스로에게 제기됐다.

첫째는 화가 난 민원인 상대이다. 민원인 상대에 관한 매뉴얼이 주어졌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니만큼 실제적인 경험이 쌓여야 할 것 같다. 매뉴얼의 큰 틀에서 대응하되, 민원인의 입장에 서서 공감하고 문제를 보려는 자세가 민원인의 화를 누그러뜨리고 원활한 대화를 나누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둘째는 직무에 대한 전문성에 관한 문제이다. 일정 주기마다 다양한 분야로 발령이 나는 행정직의 특성상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어떻게 빠르게 습득하고 키워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이것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분야에 일정 주기로 배치되는 행정직의 특성으로 빚어지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보다 더 큰 제도적인 틀에서 다뤄질 필요가 있을 듯하다.

셋째는 업무량이다. 행정학을 공부할 때 대한민국은 인구 대비 공무원 수가 OECD 국가들 중에서 하위권이라고 배웠고, 현직으로 들어와서 보아도 많은 업무량에 초과근무를 하시는 선배님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고,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공무원의 증원과 합리적인 업무 분장이 필요할 법하다. 과중한 업무량은 스트레스로 작용해 민원인들에게 불친절을 유도할 수 있으며 업무 효율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도 이제 인구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고, 행정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도입돼 간단한 민원 업무를 대체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 여러 가지 제반 사항을 고려하면서 이것 또한 거시적인 논의가 필요할 듯하다.

처음 공무원 공부를 시작하면서 결심한 생각들이 떠오른다. 전문성을 갖추고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신뢰받는 공무원이 될 수 있을까?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위해 내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이 일을 끝까지 잘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다.

임용된 지 이제 갓 한 달, 공직 생활의 첫발을 떼면서 벌써부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일을 배우면서 많이 부족한 나 자신을 느낀다. 하지만 실수하고 좌절할 때마다 격려해주시고 가르침을 주는 동료들이 곁에 있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공직이라는 길에 첫발을 내디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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