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후 자유한국당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란 플래카드 앞에서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과한다면서 절을 했다. 자유한국당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사과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과를 받아들여서 용서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진정성이다.

필자가 자유한국당의 절을 받을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자유한국당 사과의 진정성을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백성은 두 번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에서 이름 바꾸어 자유한국당이 사죄한다고 첫 번째 사죄라고 믿을 사람은 없다.

공인으로 정치인이 져야 할 책임은 보통 사람과는 달리 그 무게가 무겁다. 공인은 사회의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에 비추어 잘못되면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고, 솔선수범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공인에게는 일반인도 져야 하는 법적 책임에 의해 정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다음으로 정치인은 정치라는 직무와 관련된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는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인은 국민의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이를 대응적 책임이라고 한다.

우리 정치권은 이 모든 책임을 당 대표의 사퇴로 대신하고자 한다. 아니면 유감이거나 사죄한다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고자 한다. 일본의 경우 그 잘못이 크면 책임을 지기 위해서 자살을 하여 용서를 빈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에서는 잘못으로 자살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이 없다는 결백을 보여 주기 위해서 자살을 한다. 특히 억울한 백성이 결백을 위해서 택하는 최후의 수단이 자살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인은 자기의 잘못으로 자살하고, 자기의 결백을 위해서 자살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가장 책임에 둔감한 사람들이 정치인이다.

이것을 증명하듯이 책임을 지고 당 대표를 사퇴한 홍준표 대표는 이 모든 책임이 자신이 아닌 사이코패스나 친박 앞잡이 같은 의원에게 책임이 있다면서 떠넘기고 있다. 여기에 남은 사람은 모든 책임을 떠난 당 대표에 지우고 있다. 이처럼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절만 하는 정치인을 누가 믿을 것인가?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당의 사죄와 사과를 누가 믿을 것인가?

우리에게 있어서 정치인은 그 특권으로 법적 책임을 면하고자 하고 공인으로 정치에 대한 도덕적 책임과 대응적 책임은 사죄 한마디로 면죄부를 받고자 하고, 업무적 책임을 무시한다. 우리의 정치인은 책임으로 정치를 떠나거나 자살해 책임을 안고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들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국민이라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심판을 받아야 할 사람은 낙선한 지방정치인이 아닌 중앙 정치인들이다. 지금 국민은 이들을 심판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백성은 두 번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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