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석 한국교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인적오류는 그동안 산업공학의 한분야인 인간공학의 중요한 주제였지만, 경험적 학습 과정에서 언제나 몇가지 난제에 어려움에 처해왔다. 먼저 인적오류 경험의 파악 및 데이터 수집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인적오류는 당사자의 책임과 동일시되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정보화가 어려웠다. 따라서 인적오류의 귀중한 경험에서 상세정보를 도출하는 것은 물론 실제오류가 은폐되거나 왜곡되는 가능성이 불가피하게 인정됐다.

더구나 인적오류 기술에서 객관성이 자주 논란이 됐다. 인적오류의 메커니즘에는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가능성이 함께 포함될 개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학적 요구를 만족하는 객관적 분석이 용이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인적오류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른 분석자의 주관 개입과 논란이 불가피했다. 인적오류의 인과성 수준에 대한 논란은 원인은 물론 대책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져 인적오류 기술 발전에 부담이 됐다.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역설적으로 오류로 인한 기술적 취약성이 발생하는데도 안전의 요구수준은 급격히 증가해 인적오류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고 책임 논란이 심각히 부각됐다. 정보기술에 의해 초연결 등으로 의도된 범위를 넘을 수 있는 인적오류에 의한 취약성은 상대적으로 커졌다. 그러나 반대로 인적오류에 대한 민감도와 책임의 증가로 은폐와 왜곡가능성이 더 높아졌고, 회피 또는 방임과 같은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형태의 인적오류로 파급될 수 있다.

그리고 인적오류의 새로운 유형으로 조직오류와 문화적 원인의 오류에 대한 관심이 부각됐다. 조직오류는 그동안 주로 개인과 관련된 공학적 문제에 집중해 왔던 인적오류 기술에 관리 및 경영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문제를 다루어져야 한다. 또한 최근 자주 거론되고 있는 안전문화 현안에는 인적오류 문제를 배경에 감추어 모호하게 만들거나 개선 부담응 피하는 핑계로 삼는 것이 지적돼야 한다. 조직 및 안전문화 관련 인적오류는 보안 문제에 속하거나 다른 문제와 다양하게 결합해 인간공학과 전혀 다른 영역의 문제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밖에도 기술의 주기가 짧아지고, 급격한 융복합화 및 고 신뢰도화 경향은 관련 인적오류의 경험을 통한 안전의 개선 과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오류 사례의 빈도가 현저하게 낮아져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며 적시에 학습 또는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졌다. 또한 개별적인 인적오류마다 나름의 고유성을 띠고 있어서 값비싼 인적오류 경험을 유사한 사례에 적용하는 해석 및 일반화에 장벽 및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적오류의 경험적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것은 인적오류 경험이 값비싼 정보라는 이유뿐만 아니라 인적오류에 대한 경험적 내용이 가장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개선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다양한 반응 특성은 이론이나 예상범위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새로운 현상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특성을 포착 활용해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인적오류 경험이 가장 우선적이고 직접적이다. 산업안전, 항공, 원자력 등 대형 시스템은 물론 대부분의 고 신뢰도 산업에서 인적오류에 대한 경험적 학습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강조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최근 인적오류가 다시 부각되는 이유를 기술적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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