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책꽂이]강준만 ‘한국 근대사 산책 1-10’
[시인의 책꽂이]강준만 ‘한국 근대사 산책 1-10’
  • 충청매일
  • 승인 2018.06.0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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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산책이란, 몸과 마음을 쉬려고 가볍게 걷는 것을 말합니다. 제목에 이 말이 붙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가며 읽어볼 거리를 뜻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근대사는 우리나라 역사의 가장 아픈 부분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굳이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산책이란, 이 경우 역설이겠지요.

한국의 근대는 서구 열강의 침입으로 시작됐고, 일본에게 망했다가 미국 중심의 연합국이 승리함으로써 해방을 덤으로 얻은 것으로 끝납니다. 이 커다란 요약에서 보듯이 한국이 어떤 중요한 중심 위치에 놓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 안에 살았던 보통 사람들의 고달픈 삶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근대사는 세계사의 모순이 한 곳에 집중된 그런 시대입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곳이죠.

게다가 해방 후에 남과 북이 이념으로 갈라섬으로써 그렇게 갈라지기 직전의 시대를 제대로 들여다보기 어려웠습니다. 남쪽은 남쪽 중심으로 보고, 북쪽은 북쪽 중심으로 보아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국면만을 기록하고 찾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극복하는 데는 해방으로부터 무려 60년이나 걸립니다. 이념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남한이 경제력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후에 비로소 모든 자료를 볼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비로소 근대사도 어느 정도 모든 방향에서 자료를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정리된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아마도 이것은 모험이기 때문에 ‘산책’이라는 제목을 붙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것저것 다양한 자료를 접할 수 없는 일반인으로서는 이 책을 따라가며 그 시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도 아주 생동감 넘칩니다. 그 만큼 다양한 자료를 시시콜콜 제시해서, 어떤 이념이나 사관을 드러내기보다는 그 시대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래서 그 무렵의 사회상을 들여다보는데 좋은 책입니다.

모두 10권으로 완성했는데, 그런 만큼 아주 자세한 내용을 자랑합니다. 그리고 지은이의 입담이 좋아서 읽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나라가 망가지면 그 안의 백성들은 자신의 살길을 도모하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합니다. 그래서 나라 전체의 운명으로 보면 비극이지만, 그 안에서 어려운 시대를 헤쳐나가는 사람들의 실상을 보면, 눈물겹지만 다른 그 어느 시대보다도 활기차고 역동성이 넘칩니다. 우리가 들여다보기 끔찍한 시대는 거꾸로 그 안의 사람들이 가장 강렬한 에너지를 분출했던 시대이기도 합니다.

그런 시대는 늘 소설가의 관심을 받기 마련이죠. 그래서 근대사를 배경으로 정말 많은 소설들이 나왔습니다. 그 중에사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는 조정래입니다. 그가 쓴 작품들은 바로 이 책이 배경으로 하는 근대사 전체에 걸쳐서 이 책과 비교하며 읽으면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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