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185년, 한(漢)나라 영제(靈帝) 무렵에 민간 종교인 태평도(太平道)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교주인 장각은 세력이 점점 커지자 권력을 탐하여 마침내 반란을 일으켰다. 이때 반란군이 황색 두건을 쓴 것을 계기로 황건적이라 부르게 되었다.

하내 태수 주준은 황제로부터 황건적 소탕을 하명 받아 군사를 거느리고 길을 떠났다. 완성에 이르자 황건적의 부장 한충이 이미 점령한 상태였다. 주준이 계책을 세워 유비에게 남쪽을 치게 하자 한충이 정예 군사를 이끌고 맞섰다. 그 틈을 타서 주준이 기병을 이끌고 동북쪽을 공격하였다. 한충이 이 소식을 듣고 유비와 싸우다가 서둘러 동북쪽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러자 유비가 그 뒤를 몰아쳤다. 한충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크게 패하여 성안으로 도망하였다.

주준이 즉시 군대를 풀어 완성을 철통같이 포위하였다. 한 달이 지나자 성 안에 양식이 떨어졌다. 한충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항복을 표했다. 하지만 주준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비가 나섰다.

“한나라를 세우신 고조 유방께서 전쟁에서 승리한 이유는 싸움보다는 항복을 권했기 때문입니다. 항복하는 적들은 모두 받아주었고, 또한 잘 대해주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천하를 얻으신 것입니다. 그런데 태수께서는 왜 항복을 받아주지 않는 겁니까?”

주준이 대답했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잖소. 유방의 시절에는 천하가 어지러워 정한 주인이 없었소. 그러니 서로 세력을 키우기 위해 항복을 받아들인 것이오. 하지만 지금은 천하의 주인인 황제가 계시고 저들은 모반을 했으니 선악을 따져 반드시 벌을 받을 자들이오. 만약 저들의 항복을 받아들이면, 도적들이 이로울 때는 나쁜 일을 일삼다가 형세가 불리해지면 곧 항복해버릴 것이 아니겠소? 이는 오히려 도적을 잡는 것이 아니라 도적을 키우는 일이오. 그러니 그대의 계책은 좋다고 할 수 없소.”

이에 유비가 말했다.

“도적을 용납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항복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저들은 죽을힘을 다해 싸울 것입니다. 만 명의 적이 마음을 합쳐 덤빈다면 10만 명의 아군이 막기가 어려운 일입니다. 행여 항복을 받아주지 않으시려면 적들이 도망갈 퇴로를 열어주고 공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적들은 퇴로가 있는 걸 확인하면 싸움보다 도망갈 것을 먼저 생각할 것입니다. 그때 도망가는 적을 추격하면 쉽게 사로잡을 수 있을 겁니다.”

주준이 유비의 의견을 따라 동쪽과 남쪽 군사를 철수하였다. 그러자 황건적들이 성을 버리고 서둘러 도망치기 시작했다. 주준의 군사들이 그 뒤를 쫓아 공격하여 2만 명의 목을 베고 크게 물리쳤다. 나머지 무리들은 각각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기에 바빴다. 이로써 완성을 되찾았다. 이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있는 이야기이다.

항자불살(降者不殺)이란 항복하는 사람은 죽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쟁이나 경쟁에서 대항하는 상대가 백기를 들면 내편으로 만들기 위해 잘 대해주어야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북한의 핵 폐기 장면을 보니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음을 크게 느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시작되겠구나. 내 아버지의 고향, 평안북도 구성에 한 번 가보겠구나, 라는 생각을 넌지시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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