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고대의 전쟁에서 적을 무찌르는 공격 수단 중에 대표적인 것이 화공(火攻)이다. 파괴력이 대단하여 많은 적을 무찌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건조한 날씨와 바람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단점이다. 그래서 예부터 천지의 흐름을 알지 못하면 결코 쓸 수 없는 수단이었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저자 손무(孫武)는 화공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화공을 실행할 때에는 반드시 사전에 불붙이는 도구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불을 놓을 시기는 날씨가 건조해야 하고 바람이 부는 날이어야 한다. 적의 내부에서 불이 나면 일찌감치 외부에서 공격하여야 한다. 불이 났는데도 적이 동요하지 않으면 공격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 불길이 맹렬해지면 이에 대응하여 적을 공격하고 그렇지 않으면 공격을 중지한다. 적의 밖에서 불을 지를 수 있다면 내부의 대응을 기다리지 말고 적당한 때에 불을 지른다. 불은 바람이 적을 향해 불 때 지르고, 바람이 아군 쪽으로 향할 때는 멈춰야 한다. 화공은 변화를 잘 헤아려야 한다.”

화공에 필수적인 것이 바람이다. 바람을 연구하는 것을 풍각(風角)이라고 한다. 오늘날 기상학에 해당되는 말이다. 언제 바람이 부는지, 어디서 바람이 불어오는지, 얼마나 바람이 부는가를 연구하는 것이다. 사방(四方)은 네 방향이다. 여기에 네 모퉁이인 사우(四隅)를 더한 것이 바로 팔방이다. 동, 서, 남, 북, 동북, 동남, 서북, 서남 이 여덟 개의 방향을 통칭해서 각이라 부른다.

고대 전쟁에서는 누가 바람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가가 승패를 갈랐다. 전설에 의하면 황제(黃帝)가 치우(蚩尤)를 정벌하러 나서자, 치우가 비바람과 구름을 일으켜서 황제와 아홉 번 싸워 모두 이겼다. 황제는 마지막 싸움에서 풍후(風后)와 현녀(玄女)의 도움을 받고서야 간신히 치우를 이길 수 있었다. 풍후는 바람을 연구하는 자였다. 이때부터 풍각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던 것이다.

“바람이 일어날 때 처음에는 느리다가 나중에 빨라지면 멀리서 부는 것이며, 처음에는 빠르다가 나중에 느려지면 가까이서 부는 것이다. 바람이 잎을 흔드는 것은 십 리에서 불어온 것이고, 가지를 흔드는 것은 백 리에서 불어온 것이고, 가지를 울리는 것은 이백 리에서 불어온 것이고, 잎을 떨어뜨리는 것은 삼백 리에서 불어온 것이고, 작은 가지를 부러뜨린 것은 사백 리에서 불어온 것이고, 큰 가지를 부러뜨리는 것은 오백 리에서 불어온 것이다. 작은 돌이 날리는 것은 천 리에서 불어온 것이고, 나무가 뽑히는 것은 오천 리에서 불어온 것이다. 바람이 사흘밤낮으로 불면 천하를 한 바퀴 돌 수 있고, 이틀 밤낮으로 불면 천하를 반 바퀴 돌 수 있고, 하루 밤낮으로 불면 천 리를 갈 수 있고, 반나절을 불면 오백 리를 갈 수 있다.”

평지풍파(平地風波)란 고요한 땅에 바람과 물결이 요란하게 일어난다는 뜻이다. 불리한 상황에서 적을 이기기 위해 일부러 모사를 꾸며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선거란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민심을 얻는 자가 이기는 게임이다. 하지만 불리할 경우 생떼를 쓰고 트집을 잡아 민심을 동요하려 애쓰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의 야당은 책략이 너무도 빈약하다. 아무리 상황이 급하다고 하더라도 어찌 자신들에게 불어오는 바람 앞에 화공을 쓴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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