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570년 춘추시대, 조돈은 진(晉)나라 양공(襄公) 무렵의 실력자이자 조씨 일족의 우두머리였다. 양공이 죽자 마땅히 어린 태자를 군주로 세워야 했다. 하지만 조돈은 태자가 너무 어려 양공의 동생 공자 옹(雍)을 군주로 세우려 했다. 이 계획이 신하들의 반발을 사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태자가 즉위하니 이가 영공이다. 영공이 너무 어린 까닭에 조돈이 정사를 관장했다. 이후 영공이 성인이 되자 왕의 권력을 쥐게 되었다. 하지만 영공은 잔혹하고 무지한 까닭에 신하와 백성을 함부로 죽였다. 이에 신하들이 나라가 위태로울 것을 염려하여 몰래 영공을 시해하였다. 이때 조돈이 영공을 보호해야 함에도 소극적으로 대처하였다. 나중에 사관 동호(董狐)가 ‘조돈이 그 군주를 시해했다'고 기록하였다.

이어 경공(景公)이 즉위하였다. 경공은 도안고를 사구(司寇) 벼슬에 임명하였다. 사구란 형벌을 주관하는 직위였다. 도안고가 이 직위를 이용하여 평소 원한을 품은 조씨 일족을 대역죄로 모함하여 모조리 죽였다. 비록 칼에 피는 도안고가 묻혔지만 사실은 경공이 승낙했기에 가능한 일었다. 그리고 10여 년이 흘렀다.

어느 날, 경공이 꿈을 꾸었다. 얼굴에 피를 흘리는 귀신이 나타나 말했다.

“우리 조씨 일족을 멸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너를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

말이 끝나자마자 귀신이 경공을 쫓아왔다. 경공은 무서워 허겁지겁 도망쳤다. 하지만 막다른 길에 이르자 귀신이 경공을 잡아 죽일 기세였다. 그 순간 경공이 살려달라고 크게 소리 질러 겨우 꿈에서 깨어났다. 경공은 마음이 너무도 불안한 까닭에 점쟁이를 불렀다. 점쟁이가 점괘를 놓고 꿈을 풀이하였다.

“이 꿈은 죽은 조씨의 원혼이 나타난 것입니다. 만약 조씨의 한을 풀어주지 않으면 그 저주로 인해 군주께서 목숨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날부터 경공은 밤이면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랐다. 몸이 차츰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신하들이 왕을 위해 그 무렵 최고의 명의인 진(秦)나라의 고완을 초청하였다. 경공은 명의를 기다리는 동안 또 다시 꿈을 꾸었다. 이번에는 몸속의 병이 두 동자로 변신하여 말했다.

“명의 고완이 온다니 큰일 났군. 우리가 어디로 도망가야 하나? 옳지, 그래! 너는 염통 밑 고(膏)에 숨어라. 나는 명치 위 황에 숨으마. 그러면 아무리 고완이 명의라 해도 우리를 내쫓을 수 없을 것이다.”

다음날 새벽에 고완이 당도하였다. 경공의 병 상태를 세심히 살펴보더니 말했다.

“고황은 심장과 횡격막 사이의 부분으로 침이나 약으로 치료할 수 없는 곳입니다. 그런데 지금 경공의 병이 고황에 있어 도무지 치료가 어렵습니다.”

하고는 그대로 되돌아갔다. 며칠 후 경공은 고통 속에 죽고 말았다. 이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실린 이야기이다.

병입고황이란 질병이 고황에 들어가 치유가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나쁜 버릇이나 적폐 행위가 오래되면 망하고 만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번 지방 선거의 특징이라면 적폐청산의 절호의 기회라는 점이다. 과연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낡은 보수들이 살아남을 것인가도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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