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파격적 공약을 꼽으면, 1992년 14대 대선 당시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의 ‘반값 아파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초·중학교 전면 무료 급식도 국민 귀를 솔깃하게 하는 공약이었다. 전문가들은 그 공약이 허황한 공약으로 평가 절하했지만, 일반 국민은 돈 많은 사람이 내세운 공약이니까 자신이 돈을 내서 현대건설이 건설하면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했다.

6·13 지방 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자나 후보로 결정된 거의 모든 이가 대가 없이 제공하는 공짜 공약을 무료·무상이라는 이름으로 내세우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과 관련된 주민투표로 사퇴한 이후 공짜 공약을 비판하기보다 상대 후보의 공짜 공약에 덤을 얻는 것이 여당이건 야당이건, 보수건 진보건 상관없이 공통 현상이 되고 있다.

그 무료 공약 가운데 교육 관련 공약이 가장 많다. 그러나 공약을 보면 직접 교육과 관련된 생산적인 것보다는 의식주와 관련된 소비적 성격이 강하다. 경북 교육감 후보 6명 중 5명이 고등학교까지 무료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국 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 후보 가운데 고등학교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사람은 찾기가 어렵다. 여기에 고등학교까지 교복을 무료로 주겠다고 한다. 허성우 경부 구미시장후보는 덤으로 체육복 무상 지원을 공약에 넣고 있다. 전북 교육감 유광찬 후보는 교복에 각종 교육비 무료를, 천호성 후보는 무상급식을 친환경 의무급식으로 제공하겠단다. 인천 고승 교육감 후보는 교복과 체육복 무상 공급에 교과서 대금 무료, 고등학교는 저녁까지 친환경 무상급식, 사립유치원 무료 급식까지 추가하고 있다.

이외에 교육과 관련된 공짜공약으로 전북 교육감 유광찬 후보는 방과후 학교 자유 수강권, 이미영 후보는 초·중·고교 여학생 생리대 비치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생리대 비치는 아마도 6·13 선거 공보를 보면 거의 모든 교육감 후보의 공약이 될 것이다. 차재원 경남교육감 후보는 초·중학교 무상교육과 함께 초·중학교 학생을 위한 100원 버스 실현을 공약으로 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북의 이재경과 천호성 후보는 시내버스 무료 이용을 공약화하고 있다.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는 셋째 이상 자녀 대학 학비 전액 지원을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아동수당과는 별도로 만 5살까지 매월 20만원을 지원하겠단다. 안철수 후보는 EBS 공무원 시험, 토익 강의 무료 시청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금 유권자는 60~70년대 고무신과 밀가루 받아먹던 시절의 유권자가 아니다. 후보자들이 무료로 준다는 것이 자기가 낸 세금이라는 것을 아는 유권자들이다. 우리의 우스갯소리로 “공짜 좋아하다 대머리 된다”고 한다. 지금 선량이 되려는 후보들은 이 말이 사실인지를 검증하고자 한다. 그것을 검증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의 유권자는 공짜 좋아하는 후보자는 잔머리 굴리는 후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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