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조보(造父)는 지금으로부터 3천년 전 주(周)나라 사람이다. 말을 키우고, 말을 감정하고, 말을 모는 기술이 그 무렵 천하에 으뜸이었다. 어느 날 자신이 키운 말 중에 특히 뛰어난 8마리 명마를 주나라 목왕(穆王)에게 바쳤다. 목왕이 이를 기뻐하여 조보를 총애하였다. 이후에 목왕의 수레를 모는 책임자로 발탁되었다.

하루는 목왕이 조보에게 말을 몰게 하여 멀리 사는 서왕모(西王母)를 만나러 떠났다. 서왕모는 곤륜산 최고의 여신이자 절세의 미녀였다. 목왕이 그곳에서 즐거움에 빠져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 왕이 궁궐을 비운 틈을 노려 서(徐)나라의 군주 서언왕이 반란을 일으켰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목왕이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랐다. 궁궐로 돌아가려면 천리나 되는 아득한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조보가 아뢰었다.

“천자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신이 신속히 궁궐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목왕이 서둘러 수레에 오르자 조보가 말을 몰기 시작했다. 하루에 천리를 달려 궁궐로 돌아왔다. 목왕은 곧바로 군대를 출정시켜 서언왕을 비롯한 반란의 무리들을 물리쳤다. 반란을 평정한 후에 목왕이 조보의 공을 으뜸으로 여겨 조성(趙城) 지역을 상으로 하사하였다.

하루는 조보가 아침 일찍 텃밭을 갈고 있었다. 마침 이웃 마을 부자가 아들을 수레에 태우고 조보의 집 앞을 지나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레가 덜컹거리더니 잘 가고 있던 말이 놀라 그만 멈춰서고 말았다. 부자가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채찍을 쳐도 말은 꿈쩍하지 않았다. 상황이 난감해지자 부자와 아들이 수레에서 내렸다. 그리고 앞쪽에서 아들이 말을 끌고, 뒤에서 부자가 말을 밀었다. 끙끙거리며 힘을 써도 말은 도무지 움직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밭에서 일하는 조보를 발견하고는 도움을 청했다.

“이보시오 농부, 이 수레 좀 밀어주시오!”

조보가 하던 일을 멈추고 수레로 다가갔다. 수레에 올라 고삐를 잡고 채찍을 손에 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말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발을 알리는 채찍을 아직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말이 걸음을 띤 것이었다. 이는 조보가 말을 다루는 기술이 있었기에 말이 알아서 움직인 것이다. 조보가 말을 세우고 부자에게 말했다.

“기술도 없이 말을 부리게 되면 되레 몸만 상할 뿐이오!”

부자가 이를 새겨듣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다. 이는 ‘한비자(韓非子)’에 있는 이야기이다. 권세모사(權勢謀詐)란 다스리거나 지배하는 기술을 말한다. 권(權)은 무리를 모으는 힘이고, 세(勢)는 백성들에게 의롭다고 지지를 받는 것이고, 모(謀)는 부정하고 부패한 자들을 몰아내는 지략이고, 사(詐)는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는 자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다.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그런데 이런 기본도 모르는 자들이 이 땅의 국회의원이 되고 지방의원이 되고 자치단체장이 되는 것이 가끔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백성이 눈을 크게 떠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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