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도전 3년만에 기량 발휘

그야말로 괴력이다. 개막 뒤 8경기에서 벌써 홈런이 6개째다. 지난해 125경기를 뛰면서 넘긴 아치의 4분의 1을 넘어섰다. 메이저리그(MLB) 실패의 아픔을 딛고 한국 프로야구에 도전한 지 3년 만에 거포 본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SK 외야수 김동엽(28)은 지난 3일 인천 SK 행복드림 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KBO 리그’ KIA와 홈 경기에서 홈런 2개를 뽑아내며 13대 3 대승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홈런왕 최정과 제이미 로맥 등 팀 동료들의 제치고 시즌 6호, 홈런 단독 1위로 나섰다.

김동엽은 “일단 올 시즌 전부터 지난해보다 홈런, 타점은 많이 올리자는 생각으로 시즌에 임했다”면서 “팀이 내게 바라는 게 단타가 아니기 때문에 타점 찬스에서 주자를 불러들이는 것, 홈런을 치는 것을 생각하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동엽은 팀에서도 소문난 연습벌레다. 특히 거포들이 즐비한 팀에서 가장 힘이 좋다면서도 웨이트 훈련을 지독하게 한다. 김동엽은 “미국에서 한번 실패를 맛봐서 훈련을 안 하면 퇴보될 것 같다는 느낌, 2군으로 갈 거 같아 불안하다”면서 “그래서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한 게 좋은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북일고 출신 김동엽은 2009년 MLB 시카고 컵스와 55만달러(약 6억원)에 계약했다. 그러나 부상 속에 2011년 루키리그와 2012년 하위 싱글 A에서 2년 통산 타율 2할5푼(252타수 63안타) 7홈런 27타점에 그친 뒤 방출됐다.

이후 군 복무를 마치고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SK의 지명을 받았다.

명색이 해외 유턴파였지만 2차 9순위였다.

고교 시절에는 타고난 힘과 빼어난 센스로 주목을 받았지만 실패한 선수라는 딱지가 붙은 김동엽이었다.

2016시즌 김동엽은 57경기 타율 3할3푼6리 6홈런 23타점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외야수가 포화인 SK에서 김동엽은 125경기를 뛰며 팔꿈치 통증 속에서도 나름 제몫을 해줬다. 팀 내 최고 연봉 인상률(144.7%)로 억대 연봉(1억1천500만원) 대열에 합류한 이유였다.

수술로 팔꿈치 고민을 털어버린 올 시즌 비로소 잠재력이 폭발하고 있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라 슬럼프와 부상을 경계해야 한다. 상대 분석도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김동엽은 “일단 올해 목표는 팀이 지난해보다 높은 순위에 오르는 것”이라면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부상 없이 건강하게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이라고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한번 실패를 맛본 자는 고행 끝에 얻은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는 것이다. 프로 입문 10년째를 맞아 뒤늦게 피기 시작한 김동엽의 기량이 만개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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